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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치주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철강 회사 중 하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07년 5월 7일 미국 오마하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그 말대로 포스코가 버핏에게 ‘좋은 회사’라는 점이 입증됐다.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금까지 포스코 주식에 7억6800만 달러(약 8700억원)를 투자해 지난해 말 현재 13억24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의 주식 평가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72%의 수익률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펴낸 2009년도 사업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2년께부터 포스코 주식을 샀고, 지금까지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난 2008년에도 포스코 주식 46만여 주를 더 사들여 현재 394만여 주(지분 5.2%)를 갖고 있다.

버핏은 2007년 한국에 왔을 때 포스코 주식 매입에 대해 “주가가 15만원 내외여서 우스꽝스러울(ridiculous) 정도로 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8일 종가는 56만3000원이다. 버핏은 2008년에도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것을 기회로 포스코 지분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실적과 전망이 좋은 기업을 쌀 때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게 버핏의 기본 투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가치주에 장기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에 대한 투자에서도 버핏의 투자 철학이 묻어난다. 2억 주를 모두 12억9900만 달러에 매입했는데, 지난해 말 시가는 114억 달러에 이른다. 추정 수익률은 774%다. 하지만 그가 언제부터 코카콜라 주식을 사들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995년도 사업보고서에 이미 코카콜라 주식 1억 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을 뿐이다. 버핏이 가치주를 고르는 방법은 남다르다. 보통은 주당 순이익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본다. 이것이 낮으면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한다. 버핏은 여기에다 기업이 쓸 것 다 쓰고 남은 돈, 즉 ‘잉여현금흐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진다. 그는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잉여현금흐름의 합이 현 시가총액 이상일 때 ‘싸다’고 판단한다. HMC투자증권 김중원 책임연구원은 “버핏의 방식은 (다른 투자자들이) 3~5년 뒤에 싸다고 생각할 기업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2007년 한국 방문 때 버핏은 “나는 기술시장의 변화를 잘 예측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1위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헤이 지분 77.4%를 2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버핏은 당시 성명에서 “미국이 성장함에 따라 10년, 20년, 30년 뒤 더 많은 사람과 물자가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특유의 장기 투자 원칙이 드러난 대목이다. 그러나 이 거래는 지난달 4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는 빌미를 제공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재무 상태에 부담이 됐다는 이유였다.


버핏은 2007년 “기아자동차·현대제철·신영증권에도 투자한 적이 있으나 포스코를 빼고는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뒤 다른 한국 기업 주식을 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버핏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 홍보에도 열심이다. 코카콜라 주식에 투자한 그는 공개 회견 때마다 콜라를 마셔댄다. “코카콜라 덕분에 건강하다”며 건강 상식과 다른 말도 서슴없이 한다. 2007년 10월 한국의 대구텍을 손자회사로 거느린 뒤에는 “대구텍을 파느니 내 가족을 팔겠다”는 발언도 했다.

그가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좋은 철강회사 중 하나’라고 치켜세운 것도 그런 맥락이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설명(IR)이자 일종의 주가 띄우기 전술인 셈이다. 단순히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략적 경영자로서의 풍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글=권혁주·김경진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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