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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모은 장난감 40만 점...미친듯이 모았습니다”

25년간 장난감만 40만 점을 모은 장난감의 달인이다. 서울 삼청동 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38) 대표는 “박물관 열고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애들 장난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이라 하면 흔히 오래된 도자기나 그림·문화재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눈에 ‘장난감 박물관’이 장난으로 보일 만도 하다.

이경희 기자의 수집가 이야기 - 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 대표

그러나 엄밀히 말해 아이들용은 아니다. ‘토이키노(ToyKino)’란 이름에서도 보이듯, 영화와 관련돼 있다. 1974년생인 그의 또래들이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영화 캐릭터들이다. 초창기 ‘스타워즈’와 ‘인디아나존스’의 충격을 ‘아바타’ 세대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는 ‘손원경 헐리우드 스크랩’(1984년)이라 적어 놓은 스프링노트를 꺼내 보였다. ‘전쟁과 사랑’ ‘대야망’ ‘죠스’ ‘사랑의 추억’ ‘버스정류장’ 등 50~80년대 영화의 제목과 개요, 원제·제작·감독·연도·주연 등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정리한 스크랩북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무렵부터 자료를 모았는데, 84년에 스크랩북을 만들었어요. 제가 뭘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60년대를 미국에서 보냈던 부모님이 TV에서 50~60년대 미국 영화가 나오면 배우가 누군지, 감독이 누군지 따위를 설명해주곤 했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던 ‘할리우드 키드’는 TV 앞에 녹음기를 놓고 영화음악을 녹음했다. 영화 대사를 적어두고, 신문 기사도 스크랩했다.

1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겨. 일본의 매디콤 토이사가 디즈니의 판권을 사서 만들어낸 제품으로 퀄리티가 높다. 깔끔하고 미국적인 색감을 충실히 뽑아냈다. 2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한솔로(해리슨 포드)를 재현한 한정판 스테추(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장식용 모델). 피겨가 대개 미국산인데, 이 작품은 프랑스산이다. 프랑스 만화처럼 인물을 희화적으로 표현했다.3 영화 ‘배트맨 리턴즈’(1992년)를 재현한 피겨. 피겨가 대량 생산되기 이전의 작품이라서다. 개인 작가가 수작업으로 만든 ‘코스튬’이다
“일곱 살 때 ‘스타워즈’ 장난감을 아버지가 외국에서 사다 주자 뛸 듯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중2 때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액션 피겨(figure·캐릭터 인형)를 처음 봤어요. 사서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망설였어요. 고민하다 다음 날 2000원을 주고 산 게 시작이에요. 20대에는 가속이 붙었고, 30대엔 미쳤죠.”

80년대 말 서울 압구정동에 팬시 숍이 생긴다. 90년대엔 카페 문화가 번창하면서 인테리어 업자가 영화 관련 소품을 들여왔다. 거기에서 물건을 찾았다. 90년대 후반 천리안 등 인터넷 상용시대가 열리고부턴 외국에서 직접 사기 시작했다. 토드 맥팔란사의 ‘스폰’ 시리즈가 나오는 등 액션 피겨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기다. 피겨가 고급화·다양화되면서 수집도 방대해지기 시작했다. 한 달에 1만 개씩 사들일 정도로 달린 적도 있다.

“욕망이 구체화하는 게 개인의 삶이죠. 그땐 ‘하꼬방에 살아도 좋으니까 박물관을 하면 행복할 거야’라 생각했어요.”2006년 삼청동에 토이키노 1, 2관을 동시에 열었다. “박물관을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컬렉션이 줄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필요한 게 뭔지를 알게 됐으니까요. 그 사이에 유사 박물관도 생기고, 액션 피겨도 대중화됐죠. 모으는 건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배하는 007시리즈, 수퍼맨, 인디아나존스, 스타워즈는 빼놓지 않고 모았다. 그러나 터미네이터4는 수집하지 않았다. 터미네이터는 3부작으로 이미 한 획을 그었는데, 굳이 4편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게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이걸로 책 한 권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지금은 책 9권을 동시에 쓰고 있단다. 작업 중인 책은 역시나 영화 관련 서적이다. 그러나 수장고에는 영화 캐릭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박찬호가 풍미하던 시대의 메이저리그 야구 피겨, 고대부터 베트남전까지 밀리터리 피겨도 주요 소장품이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스포츠가 야구예요. 홈에서 다시 홈으로 오는 경기는 심리적 안도감을 주죠. 밀리터리 피겨는 처음엔 복식이 예뻐서 몇 개만 사자고 시작했는데, 부대를 묘사하려다 보니 방대해졌어요. 지금은 밀리터리 피겨를 독립 영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 자신의 장난감을 소재로 사진작품을 만들어 개인전도 열었다.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비를 넘기는 중이다. 최근 파주 헤이리에 있던 토이키노 3관과 삼청동 2관을 닫았다. 운영비를 건지기 어려워서다.“남의 문화생활을 내외적으로 100% 존중해줘야 해요. 페티시건 페미니즘이건 토테미즘이건, 언어·소비·그림 등 어떤 방식이든 상관 없이요. 그런 게 쌓여야 문화적 토대가 다양해지죠. 손원경의 영화와 사진·책엔 그런 바탕이 깔려 있다고 인정받는 때가 오길 기대하는 거죠. 지금까지 3개 박물관에 30만 명이 다녀갔어요. 버티다 보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면 블로그 ‘돌쇠공주 문화 다이어리(blog.joins.com/zang2ya)’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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