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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웅의 문단 뒤안길-1970년대 <56>윤흥길과 조세희

소설가 윤흥길(왼쪽)과 조세희
1977년을 전후해 각각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연작소설로 70년대 후반 소설문학의 판도를 바꿔놓은 조세희와 윤흥길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소설가들이다. 우선 동갑(1942년생)인 데다 60년대 중후반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는 점이 같다. 또한 등단 이후 10년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공백기를 가졌거나, ‘난장이…’ ‘아홉 켤레…’ 연작이 출간돼 빛을 보기까지 이렇다 하게 주목을 끌 만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다. 특히 이들의 이른바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두 편의 연작소설이 모두 도시빈민과 노동자 등 소외 계층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당대의 상황과 관련해 이들의 소설가적 존재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소년기에 6·25 전쟁을 겪은 대다수 동년배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두 소설가 역시 순탄치 못한 소년기를 보냈다. 조세희는 해방되던 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윤흥길은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반항을 일삼는 문제아로 성장했다. 가난과 소외의 문제, 그리고 도시빈민과 노동자의 실상이 이들의 문학적 완성 단계에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세희는 난장이 아버지를 비롯한 다섯 식구들의 힘겨운 삶에서 사랑과 희망을 건져 올리려 애썼고, 윤흥길은 주인공 ‘권씨’를 통해 시대상황이 어떻게 인성과 개인적인 삶을 뒤바꿔놓는가를 실감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두 작품은 ‘아홉 켤레…’가 작가의 현실적 체험의 소산인데 비해, ‘난장이…’는 현실과 꿈이 교차되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차이를 두고 있었다. 윤흥길의 술회에 따르면 ‘아홉 켤레…’의 주인공 ‘권씨’는 자신이 성남에 살 때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어떤 사내와 그 무렵 자신의 집에 세를 살았던 또 다른 사내가 결합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광주대단지 소요 사태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특히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사내에게 술을 대접하며 취재를 하려 했을 때 사내로부터 ‘요즘 소설 한 근에 얼마나 하느냐?’는 비아냥을 듣고 ‘때로는 소설이 쇠고기 한 근보다는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아홉 켤레…’를 쓰게 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조세희는 등단 이후 1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그는 직장 생활 틈틈이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작품을 쓰고 있었다. 등단 10년째인 75년 처음 발표한 작품이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이었다. 12편의 연작으로 완성된 ‘난장이…’는 78년 출간되자마자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폭탄’이란 소리를 들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문체와 형식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비현실성 때문에 문단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창작과 비평’ 계열의 평론가들은 ‘난장이…’가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의 세계는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전혀 현실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공박했다. 백낙청은 ‘노동자의 세계를 그리려면 노동자들의 육성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했고, 염무웅은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어느 강연회에 나선 한 비평가는 조세희가 참석하고 있는 자리임에도 ‘노동 현실과의 괴리’ ‘지식인 소설의 한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며 ‘난장이…’를 평가절하해 장내를 술렁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난장이…’ 연작을 둘러싸고 벌어진 문단 일각의 그와 같은 불협화음은 이미 60년대부터 불붙기 시작한 이른바 ‘순수와 참여 논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 또한 그것은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학과 지성’ 그룹이 체제를 정비해 새롭게 출발하고, 거의 동시에 참여문학 계열의 문인들이 중심을 이룬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출범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문학적 이데올로기와는 관계없이 ‘난장이…’와 ‘아홉 켤레…’의 두 작품이 거둔 문학적 성과는 7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상황 속에서 문학의 기능은 과연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70년대에 들어선 이후 대중 취향의 소설들에 길들여졌던 대다수의 소설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삶의 문제를 다룬 소설에 눈 돌리게 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그들의 공적이었다. 그것이 조세희와 윤흥길을 아직까지도 ‘70년대 대표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게 하는 뚜렷한 이유다.



중앙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학 평론가로 추리소설도 여럿 냈다. 1960년대 문단 얘기를 다룬 산문집 『글동네에서 생긴 일』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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