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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0대들의 잿빛 일상 연둣빛 꿈, 시로 버무리다

난 빨강

박성우 지음, 창비

128쪽, 7000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심(詩心)이 가장 강하게 동하는 시기는 청소년기다. 오감이 가장 예민해지는 때, 감정기복이 가장 극심할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즐길 만한 시는 많지 않다. 동시와 명시 틈바구니에서 청소년시는 아직 제 입지를 만들지 못한 형국이다.



책은 『거미』『가뜬한 잠』 등의 저자 박성우 시인이 낸 청소년 시집이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청소년들의 일상과 꿈을 담았다. 엄마 아빠가 뭘 물어와도 대답은커녕 짜증부터 나는(‘사춘기인가?’), 서울대 간 동네오빠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가 미워 일부러 시험을 엉망진창 망치고 싶은(‘서울대’), 또 부잣집에서 태어난 애들을 부러워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못된 아들’), 10대의 솔직한 속내가 생생하다.



입시 부담에 짓눌린 요즘 아이들의 삶도 간결한 시어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나의 지독한 몸부림이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가령//물고기가 튈 때다, 해 질 무렵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것은 붉고 고요한 풍경에 격정적인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비늘 안쪽을 파고드는 기생충을 털어내기 위한 물고기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다…”(‘몸부림’) 시의 마지막 연은 이렇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앞다투어 빛나는 학교와 도서관과 공부방 또한 마찬가지”



표제시 ‘난 빨강’은 1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호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이 가장 좋을 나이다. 한편 10대의 희망과 가능성은 연두색으로 형상화시켰다. “몸 안에 날개가 들어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아직은 연두)에서다. 공원에서 침을 퉤퉤 뱉으며 담배를 피는 청소년들까지 애정을 담아 보게 만드는 시들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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