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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사냥은 심장과 영혼 가진 남자를 만드는 도구

오리온의 후예

찰스 버그먼 지음

권복규 옮김

문학과지성사, 583쪽, 2만5000원




부제가 ‘사냥으로 본 남성의 역사’이지만 ‘역사’보다는 ‘사냥’에, 정확히는 ‘남성’에 방점이 찍힌 책이다. 미국 퍼시픽 루터교 대학 영문과 교수인 지은이가 사냥의 문화사와 문학사, 자신의 사냥 체험을 녹여내면서 현대 남성이 겪는 혼란과 고독 그리고 정체성의 위기를 탐구한 고급에세이여서다.



글은 지은이가 북극해에 접한 캐나다 배핀군도에서 고래사냥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얼음 위에서 꼼짝않고 고래를 기다리며 지은이는 자신이 ‘얼음 위의 남자(Man on Ice)’라고 인식한다. 미국 속어로 ‘위기의 남자’로도 풀이되는 이 말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가 된다. 그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남성성은 지난 100간 끊임없이 도전 받았으며 남성들은 점점 더 방어적이 되고 ‘남자다운 것’ ‘남자답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 만년에 걸친 사냥의 역사를 문학 작품 중심으로 살핀 지은이는 현대에 들어 사냥은 남자들의 자아형성 도구로 자리매김되었다고 갈파한다. 자본주의의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도시는 옛 사냥터였던 정글을 방불케 하는데 사냥은 그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요령들을 제시하는 덕분이다. 또한 이들 현대 사냥꾼은 산업사회에 대한 반작용이라 본다. 미국에서 1880~1910년에 사무노동자와 공무원 등 ‘남자답지 못한’ 앉아서 하는 직업 수가 7배로 늘면서 오히려 사냥의 사회적 의미에 눈이 트였기 때문이란다.



그리스 신화에서 셰익스피어를 거쳐 헤밍웨이까지 오가던 글은 지은이가 바다코끼리 사냥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사냥감과의 교감을 통해 지은이가 심장과 영혼을 가진 남자, 예술가와 시인 심지어 자기치유력을 가진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구절을 읽으면 무리를 지어 매머드를 쫓던 그 옛날의 초원이 그리워질 법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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