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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V 이문혁 PD가 털어놓은 ‘리얼리티쇼의 진실’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 가진 적 있나요? 질문에 “뭐 이런 방송이 … ” 출연자 지인이 아수라장 만든 적도 있어요. 리얼리티쇼는 추한 면도 많이 드러납니다. 한국선 이런 쇼 하기 참 힘들어요. 연예인 아니면 관심도 없고 성(性)적 금기도 많기 때문이지요

QTV의 리얼리티쇼 ‘모먼트 오브 트루스’에 모델 이파니(가운데)가 출연했던 방송 장면. 모두 21개의 질문에 진실을 답하면 상금 1억원을 탈 수 있다. 시즌 1·2에 걸쳐 현재까지 약 20명이 출연했고, 최고 4000만원(4단계)의 상금을 타갔다. [QTV 제공]
# 1 지난해 말 케이블·위성 QTV의 진실게임 토크쇼 ‘모먼트 오브 트루스(MOT)’ 시즌2 녹화 현장. MC 김구라가 물었다. “당신은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적 있습니까?” 질문 상대는 1990년대 최고 인기그룹 멤버였던 톱스타 A씨. 그는 3단계 상금 2000만원을 확보하고, 4단계 4000만원에 도전하던 중이었다. 동료 멤버의 표절 의혹,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 등을 거침 없이 털어놨다. 6단계까지 21개 질문에 모두 진실을 답하면 1억원의 상금을 타게 된다. 마침내 A씨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때 패널로 출연한 지인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무슨 방송에서 이런 질문까지 해! 더는 못 참아!” 녹화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촬영은 중단됐고, A씨는 뒤늦게 출연 의사를 번복했다. 수개월간 설득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실’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

#2 최고가 되려는 요리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그려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티쇼 ‘에드워드 권의 예스 셰프’. 우승 후보가 좁혀질수록 도전자들 간의 신경전도 날카로웠다. 유력 후보 B씨는 특히 예민해 했다. 탈락이 확정되자 그는 “심사위원들이 내게 좋은 평가를 할 때 제작진이 테이프를 교체하는 등 견제하는 분위기였다”고 불만을 토했다. 예정돼 있던 ‘패배 심경 인터뷰’도 거부하고 연락을 끊었다. 가족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심사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항의 글을 올렸다. 방송은 가까스로 나갔지만, 제작진은 ‘승부 조작’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의혹을 진화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당신은 진실을 원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QTV의 이문혁(39·사진) 제작기획팀장이 지켜본 바로 ‘꼭 그렇진 않다’. “진실을 궁금해하면서도 맞대면할 용기는 없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이 팀장은 지난해 7월 ‘리얼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신장 개업한 QTV에서 프로그램 기획·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리얼 엔터테인먼트’란 진짜 사람들의 실제 사는 모습에서 오락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다. ‘슈퍼스타 K’(Mnet)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온스타일) 등 채널마다 히트작들이 있지만, 채널 자체가 리얼리티 장르를 표방한 것은 QTV가 처음이다.

◆’진실을 어떻게 배치할까’가 핵심=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리얼리티쇼’의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것. 이 팀장은 이에 대해 “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어떻게 ‘흥미롭게’ 배치하는가”라고 말했다.

“예컨대 ‘MOT’의 경우 출연자에게 70개의 사전 질문을 한다. 사전 질문이 끝난 뒤 출연자에게 ‘어떤 질문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본다. 본 녹화 땐 그 질문들을 높은 단계에 배치한다. ‘센 질문’을 추리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MOT’의 재미다.”

하지만 그 재미를 위해 제작진은 적잖은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출연자 입장에서 상금은 욕심나지만 뒤로 갈수록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로 든 A씨 역시 사전 질문에선 순조롭게 답했지만, 정작 녹화가 시작되자 ‘진실’을 부담스러워 했다. QTV의 또 다른 리얼리티쇼 ‘러브 택시’의 경우, 소개팅을 위해 탑승한 일반인 남성이 초반에 어이없이 퇴짜 맞자, 제작진에게 방영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가 보는 리얼리티는 인간의 진짜 현실과 방송 제작이란 현실이 절충한 결과인 셈이다.

◆성(性) 금기와 체면이 한계=해외, 특히 미국에서 리얼리티쇼는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높은 고효율 장르로 꼽힌다. 돈·성(性)·권력 등을 둘러싼 질투·배신·탐욕 등을 가감 없이 다뤄 ‘욕하면서 즐기는’, 이른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선 장르다. 초창기 케이블TV가 선정·퇴폐적인 리얼리티쇼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장르 호감도를 떨어뜨렸다. 출연자들도 말만 일반인이지 연예인 지망생이 많아 ‘연출된’ 리얼리티가 강했다. 이 팀장은 “많이 정착이 됐지만, 그래도 한국적인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첫손에 꼽는 것은 연예인 위주 TV 문화. 한국인은 연예인이 아니면 누가 뭘 하든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성(性)적 금기다. ‘MOT’는 시즌 1 때 ‘성행위를 녹화해본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이 방송 등급(15세 이상 시청가)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연자들의 리액션(reaction, 반응)이 부족한 것도 한계로 꼽힌다. 머리채를 휘어잡는 등 희로애락을 그대로 표출하는 서양과 달리 아시아, 특히 한국에선 체면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리얼리티쇼란 ‘인간극장’에 예능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한 사람이 살아온 바와 현재, 미래, 그리고 타인과의 갈등을 통해서 인간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실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는 여전히 다큐멘터리의 영역 속에 있다. 이것을 어떻게 재미로 풀어내는가가 한국 리얼리티쇼의 과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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