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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역대 감독에게 듣는다 <3> 김호, 1994 미국

1994 미국 월드컵을 지휘한 김호 감독(오른쪽)은 “허정무 감독이 국내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조언했다.[중앙포토]
섭씨 40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1994년 6월 18일 미국 댈러스의 코튼볼 스타디움.



여론 떠밀려 선수 기용, 허 감독은 같은 실수 않길

유럽 강호 스페인과 미국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둔 한국 선수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필드에 섰다. 하지만 애국가가 울려야 할 때 엉뚱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대회 관계자들이 애국가를 몰라 허둥지둥할 만큼 한국 축구는 여전히 변방이었다. 하비에르 클레멘테 스페인 감독은 대놓고 “한국을 5-0으로 이기겠다”고 깔봤다. 선장 김호 감독은 한국 축구를 우습게 여기는 세상과 당당히 맞섰다.



◆클레멘테 수를 읽었지만 결국 경험 부족=김 감독은 클레멘테의 도발적인 발언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한 골 차로 이겨주겠다”고 맞받았다. 그는 “클레멘테가 다혈질이고 오만한 데가 있어 이를 역이용하려고 애썼다”고 회고했다. 김 감독이 선택한 초반 강공책은 주효했다. 전반 25분 홍명보의 롱패스에 당황한 미겔 나달은 고정운에게 백태클하다 퇴장을 당했다. 김 감독은 “나달이 퇴장당했던 그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우리는 경험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골을 넣지 못하고 맞은 후반 스페인에 2골을 내주고 말았다. 김 감독은 스위퍼였던 홍명보를 플레이메이커로 앞세우고 서정원과 하석주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39분 홍명보의 행운의 프리킥 골과 종료 직전 서정원의 동점골로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김 감독은 “초반 스페인을 지치게 만든 후 승부를 걸려던 내 판단은 옳았다. 유연하면서도 주눅들지 않는 경험만 있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김 감독을 보좌한 수석코치는 현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다. 김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봤듯이 우리 선수들도 이젠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선수와 지도자로 월드컵 경험이 많은 허 감독이라면 그리스를 누를 다양한 수를 마련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1호 전임 대표팀 감독의 한계=김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첫 ‘전임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했던 그때는 선수 선발조차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대표팀 전력 강화에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안팎에서 대표팀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창 훈련할 때였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간부가 태릉을 찾아와 며칠 후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이 있으니 선수를 빼달라고 하더라”며 “거절했더니 선수들을 꼬드겨 선수촌 담을 넘게 했다”고 혀를 찼다. 김 감독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옛일일 뿐”이라며 “대표팀 지원이 선진화된 모습을 보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월드컵 당시 허정무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장면. [중앙포토]


◆“허 감독, 당신의 뜻이 곧 길입니다”=미국 월드컵 당시 여론에 밀려 자신의 뜻을 굽힌 것을 김 감독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는 “볼리비아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기자 국내에서는 왜 조진호(당시 포항)를 기용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거셌다”며 “조진호가 국내 평가전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넣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통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결국 독일전 선발로 내세웠다”고 회고했다. 조진호는 독일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서정원과 교체 아웃됐다. 한국은 독일에 전반에만 3골을 내줬고, 후반 황선홍과 홍명보가 2골을 따라붙었지만 2-3으로 패했다.



김 감독은 “월드컵을 마치고 독일에 2주간 머물면서 다시는 여론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 감독은 당시 고민하던 나를 지켜봤다. 나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고 스스로 정해둔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원창 기자





월드컵, 역대 감독에게 듣는다 <1> 김정남, 1986 멕시코



월드컵, 역대 감독에게 듣는다 <2> 이회택, 1990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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