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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발파라이소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120㎞ 떨어진 항구도시 발파라이소(Valparaiso)는 동화 같은 풍경으로 유명하다. 2003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정도다.

노랑·분홍·초록·파랑… 알록달록 고운 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집들이 언덕 위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모습은 ‘천국의 계곡’이란 이름 그대로다. 언덕의 경사는 무척 가파르다. 60도가량 된다. 주민들은 언덕 위의 집으로 오르내리기 위해 ‘아센소르’라 불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시내에 15군데가 있다.

케이블카와 형태가 비슷한 아센소르는 놀랍게도 약 130년 전에 설치된 것이다. 대한제국에 아직 자동차도 들어오지 않았을 때 발파라이소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내렸던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발파라이소의 엄청난 부(富)였다. 19세기 초반에 발파라이소는 유럽과 미국에서 오는 배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었다. 영국·독일 등 외국인이 몰려들었다. 다윈의 비글호도 이곳에 정박했다. 칠레산 은과 구리의 수출항 역할까지 맡으며 발파라이소는 수도 산티아고를 뛰어넘는 영화를 누렸다.

현재 발파라이소는 칠레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낡은 아센소르에선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색깔 고운 집들은 가까이에서 보면 검은 얼룩투성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06년 8월 16일 대지진이 발파라이소를 덮쳤다. 도시는 초토화됐다. 2만 명이 사망했다. 대지진 8년 뒤 파나마 운하가 뚫렸다. 발파라이소는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멜리사 그레이엄, 『칠레』)

지난달 27일 칠레 콘셉시온 지역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일어났다. 15층 건물이 붕괴되고 8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4일 다시 발파라이소 인근에서 규모 6.1의 여진이 발생했다. 같은 날 대만의 가오슝 인근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일어났다. 5일에는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 인근에서 규모 6.3 지진이 또 발생했다.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은 2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초 경기도 시흥에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다. 계기 관측 이래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진 대책을 재점검할 때다.

구희령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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