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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망원경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

호기심 많은 한 소년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창문을 통하여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우연히 망원경속에 나타난 인물은 거리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의 서양인이었다. 거리를 얼마나 쏘아 다녔는지 소년의 망원경에 몇 차례나 잡혔다. 소년은 누군지 알고 싶어 사람을 시켜 불러오게 하였다. 소년 앞에 불려온 사람은 뜻밖에도 영령 인도에서 수용되어 있다가 탈출한 오스트리아인으로 밝혀졌다. 소년은 갈 곳이 없는 이 서양인을 자신의 가정교사로 채용하였다. 과목은 영어와 세계지리등 국제정세였다.

졸지에 소년의 가정교사가 된 청년의 이름은 하인리히 하러(H. Harrer). 그는 1912년 오스트리아 남부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스키선수로 활약하였다. 하러는 1936년도 동계 올림픽에 처음으로 도입된 알파인 스키종목에 오스트리아 국가대표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코치가 프로라는 이유로 팀의 출전에 제동이 걸렸다. 아마도 메달을 더 많이 확보하고저 한 주최국 나치독일의 시비였는지 모른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알파인 스키종목을 보이콧하게 되고 하러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을 접어야 했다.

1938년 3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다. 많은 애국자가 조국을 떠나는 것과는 달리 평소 나치를 신봉하던 하러는 오히려나치 당원이 된다. 그 해 나치독일의 등반대원은 세계 3대 빙벽의 하나인 스위스의 아이거 북벽의 최초 등정에 성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다. 이 등반에 참가한 하러는 히틀러와 기념촬영도 하는 등 유명인사가 되고 그 해 12월 독일의 명문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다.

1939년 하러는 영령 인도(지금의 파키스탄)에 소재하는 세계 9위의 해발 8125m의 난가 팔바트(Nanga Parbat)산의 등반에도 참가한다. 등반을 끝낸 대원들은 카라치에서 귀국 선박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 독일이 연합국에 선전을 포고 세계 제2차대전이 발발하였다. 1939. 9월이었다. 영국군은 독일 국적의 하러등 등산대원들을 모두 억류하였다. 하러 일행은 중립국 포투갈령인 인도의 고아로 탈출할 것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영국군은 이들을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230km 떨어진 히말리아 산속의 포로수용소로 이감하였다. 그 곳은 1000여명의 포로가 있는 대규모의 캠프로 탈출이 용이한 곳이 아니었다. 하러 일행은 눈 덮힌 히말리아 산맥을 바라보면서 수용소에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낼 수 없었다. 탈출하여 칼카타를 통해 미얀마전선의 일본군 또는 티베트를 통해 중국전선의 일본군에게 가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1944년 4월 이들은 영국군 장교로 변장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일부는 칼카타를 통해 미얀마로 갔고 하러 일행은 6000m에 가까운 히말리아 산맥의 고개를 넘어 티베트로 넘어 갔다. 탈출 후 1년 9개월 만인 1946년 1월 그들은 수천km를 걸어 라사로 내려 왔다. 라사에서 오 갈데 없어 거리를 배회하던 하러가 소년의 망원경에 잡힌 것이다.

소년은 당시 11세였던 다라이 라마 14세였고, 소년이 창문을 통해 망원경을 보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해발 3700m에 세워진 라사의 포타라 궁이었다. 하러는 1951년 티베트를 떠날 때까지 5년간 다라이 라마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티베트를 알게 되었다. 다라이 라마 14세도 하러를 통해 국제정세를 알게 되었고 역대 다라이 라마와는 크게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하러가 귀국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티베트에서의 7년”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세계 53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미국에서만 수백만부가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이를 근거로 영화가 만들어 졌다. 1997년 브랫드 핏트가 하러로 분장한 동명의 영화가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하러는 1980년대 다라이 라마가 없는 라사를 다시 방문하여 “티베트에 다시 와서”라는 책을 남기고 2006년 93세로 죽을 때까지 다라이 라마와 우정을 지속하였다고 한다.

지난 2.18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이 중국의 항의를 무시하고 다라이 라마를 만남으로서 화제가 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로 75세의 다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모든 대통령을 만난 셈이 된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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