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문화재@과학] 인삼 썩지 않고 1000년 견딘 비결은 한지 포장·밀봉

지난해 말 ‘가야 소녀’가 화제가 됐다. 첨단과학 기술로 1500년 전의 소녀를 되살려냈다. 요즘 문화재는 과학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숭례문 화재 복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도 그랬다. 문화재는 당대 과학기술의 총아였다. 석굴암의 빼어난 조형미를 떠올려 보시라. 문화재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부정기적으로 싣는다.



관음사 불상 속 인삼의 비밀

목조 관음보살상 안에서 1000년 묵은 인삼이 나왔다. 1502년에 조성된 ‘천성산 관음사 목조보살좌상’ 안에서 980년~1140년가량 묵은 인삼이 출토됐다.



<본지 24일자 26면>



‘천성산 관음사 복조관음보살좌상’의 X레이 사진.[한국전통문화학교 제공]
인삼이 썩지 않고 1000년 세월을 견뎌온 비결은 뭘까. 이번 연구를 총괄한 한국전통문화학교 이관섭 교수는 “불상의 복장공(腹藏空·유물을 봉안하기 위해 만든 공간)에 유물을 봉안하고 밀봉하므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온도와 습도가 거의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또 인삼을 포함한 복장유물은 하나하나 한지로 꼼꼼히 포장돼 있었다. 오늘날에도 나무상자에 홍삼을 넣고 한지를 덮어 포장한다. 한지가 습기를 제거하고 향을 보존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인삼공사 옥순종 홍보실장은 “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사진에서 드러난 형태와 보존상태로 보아 홍삼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만드는 홍삼의 수분 함량은 14% 이하. 돌처럼 딱딱해져 오래 가는 것이다. 반면 수삼은 75% 이상이라 밭에서 캐내면 오래지 않아 부패한다. 건삼도 긴 세월이 흐르면 가루가 된다.



그런데 고려시대에도 홍삼이 있었을까. 문헌상으론 『정조실록』에 ‘홍삼’이란 단어가 최초로 등장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 ‘고려에는 생삼과 숙삼(熟蔘·익힌 삼)이 있다’고 적혀있다. 우리나라에선 이를 근거로 고려시대에도 홍삼이 있었으리라 추정해왔다. 이번 유물이 홍삼임이 확인된다면 고려 홍삼의 역사를 입증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홍삼은 70년 묵은 것이다. 그나마 싱가포르 사업가에게 기증받아 인삼공사가 소장한 것이다.



부처님 왼쪽 아랫배에서 복장유물의 흔적이 보인다. 복장공 안에서는 홍삼으로 추정되는 1000년 묵은 고려인삼이 나왔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제공]
예전부터 홍삼은 우리의 주요 수출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나 맛볼 수 있었기에 100년 묵은 홍삼을 남겨둘 여유는 없었다.



옥 실장은 “중국에선 오래된 홍삼이 향과 효능이 좋다며 더 귀하게 친다”고 말했다. 만약 1000년 묵은 홍삼이 효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효능은 미지수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정광용 교수는 “쪄서 만든 홍삼일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지 않고 연대 측정만 했다. 인삼 특유의 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삼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통상 사찰에서 복장유물이 발굴되면 불상을 수리한 후 재복장한다. 이 교수는 “보살상과 복장유물에 대해 문화재 지정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당국의 허가 없이 현상(現狀)을 변경할 수 없다. 재복장 여부는 사찰 측에 달려 있다. 



이경희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