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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곤충의 눈, 새의 눈, 물고기의 눈

수년 전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00㎞ 떨어진 니가타(新潟)현 쓰바메(燕)시란 곳을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은 ‘마호(魔法)병’(보온병)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금속의 표면을 거울처럼 미끈하게 만드는 연마(硏磨) 기술에 있어 일본 최고였다.



하지만 1973년 1579곳이던 쓰바메시 내 연마 중소기업 수는 3년 전 500곳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한다며 온갖 수를 썼지만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일감이 줄다 보니 기술도 뒤져 갔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도태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곳 중소기업들이 회생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통신 대기업인 KDDI가 쓰바메의 ‘시아게(마무리 연마기술)’를 도입하면서 이곳의 기술 수준은 껑충 뛰었다. 그러자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iPod)’ 표면장치에도 쓰바메 중소기업의 연마기술이 들어가게 됐다. 파급 효과는 쓰바메 중소기업 전체로 번졌다. 신성장 동력을 제공한 건 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대기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정확히 2년이다. 지난 2년간 대일 관계의 지상목표는 기술력 있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과 11월 일본 대도시에서 로드쇼도 했다. 그러나 두 차례 결과는 법적 구속력 없는 업무협약(MOU) 체결 단 2건이었다. 그나마 한 곳은 부품 관련 상사, 또 한 곳은 펀드 회사였다. 한마디로 헛다리만 짚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실제 계약 건수’는 지난 2년간 ‘0’이었다니 한숨만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인 전용공단 확대에 목을 맨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엇박자의 극치다.



경제를 보는 눈은 곤충의 눈, 새의 눈, 물고기의 눈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눈앞의 것을 미시적으로 보는 곤충의 눈, 높은 곳에서 넓게 보는 새의 눈, 그리고 조류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물고기의 눈이다.



지난 2년간은 오로지 곤충의 눈이었다. 해외로 나갈 일본 부품기업은 이미 다 빠져나갔는데 “어디 없을까”하며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이제는 새의 눈으로 판단하고, 물고기의 눈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눈앞에 보이는 중소기업 몇 곳에 매달릴 게 아니라 대기업 간 큰 덩치의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이 짝을 지으면 그에 딸린 수백, 수천 개의 중소기업은 기러기 떼처럼 따라가게 마련이다.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강해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삼성과 소니가 아예 하나가 되거나, LG와 파나소닉이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과감히 손잡거나, 전기자동차 상용화 기술이 앞선 닛산·미쓰비시와 현대차가 제휴하는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현대차-파나소닉 같은 이종(異種) 간 결합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양국의 관련 중소기업은 절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영특한 유럽 업체들이 야금야금 일본 업체들에 접근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2년간의 성적표를 곰곰이 복기해 보자.



김현기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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