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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 우리에게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밴쿠버발 낭보(朗報)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이승훈 선수가 어제 스피드 스케이팅 1만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모태범·이상화 선수의 500m 금메달에 이어 육상으로 치면 여름올림픽에서 남녀 100m 달리기와 남자 마라톤을 석권한 모양새다. 우리에게 영원히 넘지 못할 것 같던 거대한 산을 단숨에 정복한 저들의 기적이 믿기지 않고, 그래서 행복하다.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빙상의 기본인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우리는 금3, 은2의 값진 수확으로 최강국 네덜란드(금3, 은1)와 미국(금1, 은1)을 제치며 ‘빙상 최강국’의 쾌거(快擧)를 이뤄냈다. 그뿐 아니다.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라 금메달을 예고했다. 대한민국 만세다. 무엇보다 오벌 경기장의 젊은 태극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마운 것은 “할 수 있다”는 신명과 자신감을 선물했다는 점이다. 말뼈를 간 날의 원시 스케이트가 처음 등장한 곳은 5000년 전 고대 핀란드, 스칸디나비아 등의 북유럽 일대였다. 이승훈·모태범·이상화 선수가 겨뤘던 경쟁자들 대부분이 빙상 발원지 유럽의 네덜란드·독일·핀란드·러시아 출신이다.

우리는 1894년 경복궁 향원정 얼음 위에서 고종과 명성황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스케이팅을 구경했다고 한다. 기성세대에겐 논바닥이나 개천 위 썰매가 고작이었다. 1960∼70년대 가마니로 둘러싸인 스케이트장의 질척거림, 날 가는 아저씨, 옛날 핫도그 사먹는 게 더 즐거웠던 추억의 그 세대들은 그러나 서구의 높은 벽에 늘 콤플렉스를 가져왔다. 밴쿠버 전사들은 그걸 일거에 날려버렸다. “한국은 더 이상 숏다리가 아니다”라는 인터넷 유머조차 가슴 뿌듯하게 다가온다.

자신감의 근거 역시 분명하다. 급속한 경제성장기인 서울올림픽(1988년) 전후 태어난 게 이 세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에서 성취감을 만끽하며 자랐다. 자기 일을 놀이처럼 즐기며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정을 지녔다. 세계 누구와도 맞붙을 수 있다는 배짱도 갖췄다. 19∼24세 남녀의 평균 키·체중은 이미 중국·일본을 제친 동아시아 선두다. 거기에 ‘인생역전’을 써놓은 이상화의 포부, 삼겹살 회식에 닭 가슴살을 싸가는 모태범의 ‘자기절제’, 쇼트트랙 대표 탈락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은 이승훈의 과감한 ‘도전정신’까지 골고루 갖추지 않았는가. 스포츠뿐만인가. 도전과 성취를 경험한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 각 방면의 중추로 자라나 약진한다면 선진사회로의 도약 역시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화급한 건 내년 8월 대구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지난해 베를린대회에서 우린 단 한 명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100m를 우사인 볼트(9초58)와 같이 뛰면 7.93m 뒤지는 게 우리 수준이다. 안방 체면치레조차 못 할 처지다. 그러나 왜 안 되겠는가. 축구·야구(WBC 준우승)·수영(박태환)과 스케이팅 모두 해내지 않았는가. 이번에 메달을 못 따더라도 최소한 가능성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밴쿠버의 그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 우린 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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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