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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37> 오해 많은 정신질환 이야기

급속한 문명화와 세계화로 생활은 편리하고 윤택해진 반면 지구촌 모든 분야, 모든 사람이 경쟁 대상이 되면서 삶의 질은 각박해졌습니다. 이처럼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 변화가 일어나면 인간의 정신세계는 병들면서 폭력·자살·약물 남용·알코올 증독 등이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약 7400달러인 1998년엔 18.4명이었지만 10년 후 소득이 1만9000달러로 오르면서 자살률은 26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 현대인으로선 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가벼운 불안증서 인격장애까지 다양

정신질환 바로 알기의 첫걸음은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 없애기에서 시작됩니다.

흔히 일반인들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고 합니다. 내과질환이 가벼운 감기부터 말기암까지 다양하듯 정신질환은 한 가지 ‘정신병’이 아닙니다. 가벼운 불안증이나 우울증부터 난치성 정신분열증·편집증·인격장애 등 종류가 다양하며 증상도 질병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흔히 영화에는 광기 어린 행동을 하며 평생 정신병동에서 지내는 환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정신질환 중 극히 일부인 난치성 정신분열병에 해당합니다.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해서 환자가 난폭해지고 끔찍한 범죄를 잘 저지른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오히려 겁이 많고 혼자 있기를 원하며, 대인관계를 피해 정상인보다 범죄율이 높지 않습니다. 범죄자는 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많습니다.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가 병든 뇌질환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실제 정신분열병·우울증·강박증 등 거의 대부분의 병이 뇌의 이상(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으로 초래됩니다. 따라서 위장병에 걸리면 적절한 위장약을 복용하듯, 정신질환 역시 주된 치료는 원인별 맞춤형 약물치료를 받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정신치료나 행동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약물치료와 병행해야 제대로 효과를 봅니다.

정신질환은 종류가 많은 만큼 흔한 병입니다.

실제 우울증 같은 기분 변화가 심한 병(기분 장애)만 해도 평생 유병률이 남자 10%, 여자 20%입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병으로 알려진 정신분열병, 영화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하는 강박증 역시 유병률이 1%씩, 즉 해마다 1만명씩의 환자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히스테리 등 각종 신경증(이전에 노이로제로 알려졌음), 편집증 , 성격장애 같은 다른 정신질환을 모두 더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입니다.

정신질환을 드문 병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병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열증,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 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신병’은 대부분 ‘정신분열증’에 해당합니다. 이 병은 충격을 받아서 교육을 못 받아, 혹은 양육을 잘못한다고 걸리는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 역시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정도며 발병 원인은 아닙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며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이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만 합니다.

정신분열증 역시 병 초기에 정신과 상담· 심리검사·인지기능 검사 등을 받아 조기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반면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뇌세포 파괴가 진행돼 치료 효과도 떨어지고 재발도 잦습니다. 실제 발병 후 치료가 1년 이상 지연되면 일찍 치료한 환자보다 2년 내 재발률이 3배나 높습니다.

문제는 정신분열병도 초기엔 말과 행동이 ‘약간 이상한 정도’라 간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우선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대 학생이던 김모(21)군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김군은 지난 봄학기부터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으면서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매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남들이 자기 욕을 한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처음엔 싫어했던 선배가 자신을 욕한다더니 두세 달 후부턴 길 가는 사람들도 자신을 비난한다고 우기면서 외출을 꺼렸습니다. 다행히 부모님이 곧바로 김군과 함께 정신과를 방문해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고 약물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되자 김군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런 이상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엔 내 생각이 옳다고 믿었는데…”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증상은 좋아졌지만 김군은 최소 2년 이상은 약물치료를 계속 받아야 합니다.

정신분열증은 크게 ▶환각·환청·망상 등 없는 일을 있다고 생각하는 양성(+) 증상 ▶무감정한 반응·흥미나 의욕 상실·의미 없는 말 등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이 없는 음성(-)증상 ▶논리성이 완전히 결여된 채 횡설수설하면서 기괴한 행동을 하는 등 거의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김군처럼 조기 치료를 못 받고 몇 년간 방치할 경우, 재발이 잦아 ‘평생’ 약물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치료·관리만 잘하면 증상이 조절돼 사회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공주병·왕자병도 성격장애의 한 종류

어느 집단이나 ‘성격이 이상하다’ ‘못됐다’ ‘괴팍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피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대인관계를 맺기 힘듭니다. 바로 성격장애(=인격장애) 때문입니다.

성격장애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 사람은 괴롭고 본인은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증상(말과 행동)을 문제로 여기지 않으니 당연히 고치기 힘듭니다.

성격장애 역시 종류가 다양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성격장애는 ‘경계선 인격장애’입니다. 환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수시로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데 친구도 한때는 지나칠 만큼 좋아하다 불현듯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충동성이 강해 불필요한 물건을 많이 사고 별 것도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고 싸웁니다.

최근 젊은층에 많은 공주병·왕자병은 ‘자기애적 성격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목을 끌려고 노력합니다. 늘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해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는데 역시 개의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목적 달성이라 그저 남을 쉽게 이용할 뿐입니다.

막가파 식으로 죄의식 없이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에 해당합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은 물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를 입힌 뒤 역시 반성은 안합니다. 애꿎은 게시판을 부수거나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사람, 남의 작은 모욕에도 분을 못 이겨 목숨을 걸고 위협하는 사람 등은 의심해야 합니다.

회사에사 유독 상사에겐 아첨을 잘해 착하고 나무랄 데 없는 부하 직원으로 취급받는 반면 후배에겐 독종인 선배-이런 사람은 ‘수동 공격형’ 인격장애 환자입니다. 공격성을 숨기고 있다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만나면 폭발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 밖에도 편집증적 인격장애, 분열형 인격장애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 모든 유형을 제대로 알긴 힘듭니다. 하지만 모두들 ‘성격과 행동이 너무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을 땐 인격장애를 의심해 보면 됩니다.

인격장애는 정신과 의사들이 손꼽는 대표적인 난치병입니다. 자신의 못된 성격에 수치심도 안 느끼고 고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죠. 간혹 치료를 시작해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문제의 성격을 교정하려면 3년 이상 지속적인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실천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일단 피해자가 되는 가족 등 주변 사람은 환자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나쁜 행동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며 꼭 고쳐야 된다는 말을 반복해야 합니다. 잘못된 일이 생길 때마다 늘 남 탓과 불평불만을 하는데 어떤 순간에도 ‘괜찮다’ ‘그럴 수 있다’는 식의 위로를 해서도 안 되며 환자가 잘못한 일을 대신 해결해 줘서도 안 됩니다.

망상이 옳다고 확신하는 난치성 질환, 편집증

의처증(의부증)으로 대표되는 편집증(망상 장애) 역시 난치성 정신질환입니다. 이 병은 피해자는 괴롭지만 주변에서는 눈치채기조차 어렵습니다.

망상(妄想)이란 논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망상 증상은 망상장애뿐 아니라 정신분열증·조울증 등 여러 가지 정신질환에서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정신분열병 환자는 ‘청와대에서 나를 감시하고 죽이려 한다’는 식의 엉뚱하고 비논리적인 망상을 보이며 약물치료로 병이 호전되면 증상도 없어집니다.

반면 망상장애 환자의 망상은 논리적이라 믿기 쉽습니다. 망상장애 환자가 소송을 의뢰하면 변호사가 그 말을 신뢰할 정도입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심각한 이유입니다. 망상장애는 치료 약물이 아직 없습니다. 또 본인 역시 자신이 망상이 옳다고 확신을 합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일도 드물고 설사 병원에 오더라도 치료가 힘든 이유입니다.

발병은 사소한 사건을 시작하며 이후 확신을 갖고 지속됩니다. 예컨대 의처증(의부증)의 경우, 환자의 증상은 배우자와 이별(이혼·사별) 후에야 없어질 정도로 지속됩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약물치료가 가능한 정신분열증은 물론 난치병인 치매보다 고치기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망상장애 환자들은 발병 전에도 의심이 지나친 성향이 있다. 예컨대 연애시절 애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꼬치꼬치 따져 묻고 의심이 많다면 결혼 후 의부·의처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우울증·불면증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 가능

우울증·불면증·불안증 등 신경증은 증상별 맞춤형 약물치료로 고통에서 비교적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치료기간도 대부분 1년 이하인데 다음 기회에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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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