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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법적 책임 없지만 소비자 신뢰 위해 전격 리콜

19일부터 나흘간 LG전자 서울 여의도 사옥의 가전사업 관련 부서 사무실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았다. 18일 이 회사 드럼세탁기에서 어린이가 질식사한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임직원들은 하루 24시간 분주히 움직였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리콜’이었다. 한 실무자는 “제품이 안전기준에 어긋나지 않아 법적 책임은 없지만 소비자 신뢰를 확고히 하려면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최고경영진에게 올라갔다”고 전했다. “리콜을 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는 경영진의 단안이 23일 마침내 떨어졌다. 곧바로 105만 대라는 국내 가전제품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 23일 발표됐다.

리콜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해를 끼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물품을 제조·판매·수입하는 사업자가 이를 수거·파기·수리·교환해 주는 소비자 보호제도다. 사업자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당국이 명령하는 강제적 리콜이 있고, 사업자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취하는 자발적 리콜이 있다. 리콜 관련 법률은 약 10건에 달한다. 공산품의 경우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부적합한 경우가 이 법에 저촉된다.

LG전자는 이번 조치는 ‘자발적 리콜’이라고 했다. 리콜이란 말은 썼지만 제품이 법적 안전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단서를 강조했다. 소비자 안전을 더욱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일부 장치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장치는 세탁기 문을 고정하는 부품이다. 현재 갈고리 방식으로 돼 있어 세탁기 안쪽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이 부품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바꾸면 안쪽에 어린이가 갇히더라도 문을 밀면 열린다.

LG전자 가전사업 부서의 한 임원은 “리콜은 문제가 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 회사에 더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리콜에 인색하다 근래 큰 홍역을 치르는 도요타자동차의 선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지 않으면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보고 세탁기 안전사용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서 지펠냉장고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21만 대의 동종 냉장고를 거둬들여 수리하는 자발적 리콜을 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불량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밝혔고, 긍정 여론을 얻었다.

LG전자는 2003년 전기압력밥솥 때문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뚜껑 결함으로 밥솥이 터지는 사고가 나자 대규모 리콜에 나섰다. 업계 최초로 리콜 제품을 신고하면 5만원의 보상금까지 내걸며 거의 전 제품을 회수했다. 이후 밥솥사업에서 철수하고 20여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지만 기업 이미지를 안전 우선주의로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이주홍 정책팀장은 “제품에 안전 고지를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신속하게 리콜 제도를 활용한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병주·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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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