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선수별 종목 찍어줘 … 1인자 전략 먹혔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 결승 전날인 지난 17일(한국시간) 김관규 감독(오른쪽)이 이규혁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밴쿠버=뉴시스]
“비결이요? 선수 특성을 파악해 한 종목씩 집중하게 한 거죠.”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초반 우리 국민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름은 모태범(21)과 이상화(21·이상 한국체대)였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500m를 동시에 석권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쾌속 세대’다. 그리고 이들 옆에는 항상 김관규(43) 감독이 있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예상치 못한 메달이 쏟아지자 “쇼트트랙 훈련이 효과를 봤다” “엄청난 강도의 체력훈련 덕이다”는 등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23일(한국시간) 김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 감독이 직접 밝힌 비결은 ‘1인자 전략’이었다.

◆“ 스케줄 짜다가 머리에 쥐 날 뻔”

대한민국이 처음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1948년 생모리츠 대회 이후 58년간 스피드에서 따낸 메달은 은 1개와 동 1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밴쿠버 올림픽에선 벌써 금 2, 은 2개를 따냈다. 이렇게 잘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딱 한 사람만 빼고. 김 감독은 시간 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쇼트트랙만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스피드 팀 한 번 보세요.”

김 감독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메달 문턱에서 자꾸 미끄러지더라.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종목별로 ‘전문화’를 해 1인자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강석(25·의정부시청)과 이상화에게는 500m, 이규혁(32·서울시청)에게는 1000m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기본 훈련을 같이 하고 나면 각자에게 숙제를 내 주고 개인 훈련을 시켰다. 그러다 보니 스케줄을 짜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훈련 스케줄 짜는 것’이라고 답하겠다. 선수들이 다 따로 훈련을 해야 하니 스케줄을 짜면서 종이를 몇 번이나 찢었는지 모른다.”

◆“규혁이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 팀 분위기 최고”

지난해 스승의 날. 훈련을 마친 제자들이 김 감독에게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했다. 잠시 후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나온 이들은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재연했다. 김 감독은 “노래를 부르는 코너였는데, 노래 한 곡을 개사해서 불러줬다. 지나가던 다른 종목 선수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며 “나에게 이걸 보여주려고 저희들끼리 얼마나 머리를 맞댔을까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태릉선수촌에서 제일 분위기 좋은 게 바로 우리 스피드팀”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비결을 묻자 곧바로 “규혁이”가 튀어나왔다. 그는 “규혁이가 최고참인데,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으스대지 않고 마음을 열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후배들이 규혁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 이번 선전의 비결에서 우리 팀의 분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TV만 틀면 아빠 얼굴이 나와”

“축하 전화 많이 받았겠다”는 말에 김 감독은 “가장 받고 싶은 전화인데, 거의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상화가 500m 금메달을 딴 날 저녁, 로밍해 온 휴대전화의 유심 칩이 고장 나는 바람에 먹통이 됐다고.

그는 “집에 전화했더니 아들 도현이(13)가 ‘아빠, TV만 틀면 아빠가 나와’ 하면서 좋아했다. 그동안 내 얼굴이 나오는 법이 없었는데 요즘엔 내 이름이 하도 많이 나오니 아이들이 으쓱한 모양”이라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어쩌다 집에 갈 때 애들이 ‘아빠,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 하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팠는데 아내가 ‘이번에 다 보상받았다’고 하더라”며 “요즘은 매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벌써 2018년 걱정”

하지만 김 감독은 벌써 걱정 하나가 생겼다. 그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화, 태범이, (이)승훈(22·한국체대)이가 아직 어리니까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2018년을 생각하면 정말 답이 없다”고 했다.

“대표 선수와 일반 실업 선수 간 실력 차이가 너무 큽니다. 바닥으로 내려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생각도 들죠. 평창이 2018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해도 정작 뛸 선수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미리 그때를 대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밴쿠버=온누리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