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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그 불편한 진실] 공부 잘하면 면제, 그 후 2년

성적이 나쁘거나 늦게 졸업하면 돈을 더 내야 하는 KAIST(카이스트)의 ‘등록금 실험 2년’이 궁금했다. 최근 대전의 KAIST 캠퍼스에서 만난 박건우(22·생명과학과 4학년)씨는 “등록금 걱정으로 요즘은 강의의 질보다 학점이 후한 과목을 찾아다니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학기 초면 강의실 곳곳에서 ‘사인회’가 열리는 새로운 풍경도 생겼다고 한다. 수강신청 변경기간에는 학점이 후한 ‘인기 강좌’ 교수의 승낙 사인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는 것이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부작용을 토로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제도가 안착돼 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성적 나쁠수록 돈 더 내야=이 학교는 본래 수업료가 없었다. 정부에서 출연해 국립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성회비도 2003년부터 직전 학기 평점이 3.3 이상이면 국가에서 장학금으로 줬다. 그러나 2007년부터 매 학기 600만원(2009년부터 630만원)의 수업료가 새로 생겼다. 단 학점이 3.0 이상이면 면제 조건을 달았다. 2.0이 안 되면 수업료와 기성회비 등을 합쳐 한 학기 80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지난해 가을학기 등록 기준으로 직전 학기 학점이 3.0에 못 미쳐 수업료를 조금이라도 낸 학생은 345명이다. 대상인 07, 08학번 전체 학생(1597명)의 21.6%다. 이 중 2.0에 못 미쳐 800만원 가까운 등록금 전액을 부과받은 학생은 44명(2.8%)이다. 전체 학생의 80% 가까이는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제때 졸업하는 것도 교육”=개혁 성향의 서남표(74) 총장이 새 등록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명쾌하다. 교육 혜택은 공짜가 아니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 서 총장은 ‘정해진 기간 안에 학위를 받고 졸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교육’이라는 소신이다. 제때 졸업해 혜택을 준 국가와 사회, 인류에 봉사하라는 의미다. 이광형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누리는 혜택은 모두 세금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게 무료일 때는 자칫 나태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제때 졸업을 하지 않는 ‘연차 초과자’ 문제는 그간 심각했다. 새 등록금 제도는 이들 연차 초과자를 줄이는 의미도 있다. 정해진 기한을 넘어서면 성적이 좋아도 수업료 등을 내야 한다.

이 제도는 학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박승(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4학년) 학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용택 대외협력처장은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학생에 대해서는 성적이 나빠도 기성회비를 면제해 주는 장학금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탐사기획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김준술·고성표·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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