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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고깃국’ 아직도 못이뤄 … 김정일 중압감 이례적 거론

국회 정보위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북한 정세 보고 내용은 세 가지가 주목 거리다.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리 상태다. 김 위원장의 국정 현안에 대한 중압감을 공개했다. 김일성의 유훈인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초조감과 신경질 증세를 언급했다.

정보 당국이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해 이런 판단을 밝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 위원장의 김일성 유훈에 대한 집착은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노동신문은 1월 9일자에서 “김 위원장이 작년 현지지도에서 ‘수령님(김일성)의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3개 지 신년공동사설(신년사)이 인민 생활 향상을 올해 최대 목표로 내건 것도 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정책 추진의 난맥상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정보 판단은 북한의 대남 강온 전략이 치밀한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북한 내부 의사결정이 오락가락한 데 원인이 있다는 군 당국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 <본지 2월 4일자 1면> 이는 북한의 향후 대외·대남 정책에 진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둘째는 화폐개혁의 후유증이다. 정보 당국이 북한의 주민과 정부 당국 간에 갈등이 생겼다고 한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권과 구권의 교환 비율을 1:100으로 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나 물자 공급 부족에 따른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지방 일부 지역에서 크고 작은 소요가 있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해왔다. 국정원의 ‘주민-당국 갈등’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외자 유치 시도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외자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탈출구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으로 보인다.

셋째는 김 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의 후계와 관련된 부분이다. 요체는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북한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다. 후계자로서 서서히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김정은은 국가보위부 등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고 인터넷 언론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아사히 신문은 23일자에서 김정은이 지난해 6월 군 방중단과 더불어 중국을 방문해 그해 5월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북한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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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