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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클리닉] 실수 비난하기 전에 원인부터 알아보세요

“이젠 안 속아요.” 중3 용석이 엄마의 첫마디다. “시험 때마다 100점이라며 금메달이라도 딴 양 태극기 휘날리며 집에 와요. 그런데 성적표를 보면 말한 점수에서 10점, 심하면 30점이 모자라요.” 그래서 붙여준 별명이 ‘뻥석’이다.

용석이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실수의 제왕’이었다. 수학은 서술형 문제에서 완벽하게 풀이해 놓고 마지막 덧셈·뺄셈을 잘못해서, 국어·영어는 문제를 제대로 안 읽어 틀린다. 심지어 OMR카드를 작성할 때 착각해 답이 한 칸씩 아래로 밀리기도 한다. ‘실수도 실력’이라지만 해도 너무하는 경우다. 이런 학생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동작성 지능(소위 우뇌)이 언어성 지능(소위 좌뇌)에 비해 터무니없이 허약한 경우다. 아는 것은 많은데 이를 실제로 적용해 풀어내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총구가 휘어져 있는 것을 모른 채 가늠쇠와 과녁이 정확히 일치했다고 생각하고 방아쇠를 당긴 후 명중했다고 착각하는 경우와 같다.

둘째, 정신운동속도와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시험의 필요충분조건은 ‘정확성’과 ‘속도’다. 시간이 남을 정도로 재빨리 문제를 풀긴 했지만 정확성이 없다면 0점이다. 또 제아무리 정확히 문제를 풀어도 시간 제한이 있는 시험에서 속도가 느리면 마지막에 급히 풀다 실수하기 마련이다.

셋째,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기억이란 학습 내용이 뇌의 해마에 입력, 저장됐다가 인출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짜 기억’이 형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축류인 ‘말·닭·양·염소’라는 단어를 외웠는데 마치 ‘소’도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는 식이다. 이런 가짜 기억이 힘을 발휘하면 바로 실수로 이어진다. 이 경우 학생은 소도 답이라고 우기기 일쑤다.

넷째, 성격적 요인이다. 지나치게 꼼꼼해 숲을 보지 못하거나 반대로 나무를 보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다. 숲을 보지 못하는 학생은 근간을 묻는 문제에서, 나무를 보지 못하는 학생은 보기가 많은 문제나 조합형 문제에서 헷갈려 실수한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모두 가지지 못하면 시험에서 실수는 따논 당상이다.

‘실수=덜렁대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용석이 모자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 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자녀가 시험에서 실수가 잦을 경우 무조건 덜렁댄다고 나무라거나 성실하지 못하다고 윽박지르면 안 된다. 그럴수록 아이는 기가 죽어 시험이라는 고양이 앞에 쥐 신세가 되고 만다. ‘부모가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며 공부, 그리고 부모와 담을 쌓게 되기도 한다. 그러기 전에 내 아이의 실수에 숨은 비밀을 찾아주고 개선시켜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정찬호 마음누리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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