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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라는데 FBI도 무관심 … 왜?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의 지령을 받은 테러리스트인가. 아니면 이권을 위해 성직자로 활동한 사기꾼에 불과한가.

형의 이름으로 여권을 만들고 본인의 사망진단서까지 발급받아 ‘신분 세탁’을 한 뒤 국내에서 이슬람 종교지도자(이맘)로 활동해온 파키스탄인 안와르 울 하크(31)의 실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테러를 기획하고 탈레반 세력을 규합해 국내 미군 시설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그를 상대로 테러리스트와 관련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그는 2003년 형(36)의 이름인 ‘지아 울 하크’로 된 여권으로 국내에 재입국했다. 그를 위험 인물로 보는 것은 신분 세탁 과정이 교묘해서다. 형의 이름으로 된 여권은 파키스탄 정부에서 정식으로 발급받은 것이다. 2007년 출입국관리소에서 밀입국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는 ‘안와르 울 하크’, 즉 자신의 사망진단서를 제출했었다. 이 역시 정식 문서였다.

경찰은 2008년 안와르가 이슬람 국제 송금조직인 하왈라와 연관된 정황을 포착했었다. 하왈라는 불법환전(환치기)에 종종 연루돼 왔다. 세탁을 거친 돈이 테러단체에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안와르가 하왈라와 연관돼 있다는 근거가 희박해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었다.

그가 테러리스트라는 구체적 제보가 이어진 것은 지난해였다. 파키스탄인 60여 명이 관련된 중장비 밀수출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때 검거된 파키스탄인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대구에서 이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와르가 ‘탈레반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제보를 했다.

또 그가 미군 부대의 사진을 찍는 등 첩보활동을 해왔으며, 젊은이들을 규합해 지하드(성전)를 선동한다는 신고도 있었다. 경찰은 서류상 ‘지아’를 다시 조사했고, 이때 그가 안와르와 동일 인물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안와르가 잡범에 지나지 않는다는 근거도 많다. 그는 2003년 국내에서 성직자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기계장비 수출 사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권을 두고 다른 파키스탄인들과 갈등이 심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간에 알력이 심해 음해성 신고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와르는 경찰에서 “지인에게 돈을 안 갚는 이들을 협박하기 위해 탈레반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2007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모아 교육센터를 열었다. 제보자들은 이 센터를 중심으로 테러 조직을 규합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교육센터에 모여든 젊은이들이 테러와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경찰은 지난주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지만 역시 테러와 관련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수사당국도 이 사건에 큰 관심이 없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그가 테러리스트라면 미 대사관의 FBI 지부 등에서 신원 정보를 요청하거나 신병 확보를 위해 노력할 텐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정보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분자 리스트에 안와르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검찰 측은 “그런 사실은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테러와 관련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외사형사과는 25일까지 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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