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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교사가 “부적격자도 보내라”

서울 시내의 일부 자율형 사립고들이 정원의 20%를 뽑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미달되자 일선 중학교에 자격 요건이 안 되는 학생들도 추천하도록 부추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경종록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23일 “중학교 교장들이 부적격자에게 추천서를 써준 문제 외에도 자율고에서 먼저 중학교 측에 조건이 안 되는 학생들의 추천을 의뢰한 사례도 있었다”며 “해당 자율고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2월 23일자 22면>

시교육청과 본지 확인 결과 S중학교 신모 부장교사는 지난해 12월 11일 S자율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율고 신입생 추첨 결과가 발표된 당일이었다. S자율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미달이었다. S고 측은 신 교사에게 “14일까지 추가모집을 할 테니 일반전형에서 떨어진 학생들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일반전형에서 떨어진 학생 중 성적이 좋았던 A군을 거명했다.

신 교사가 “조건이 안 맞는데도 괜찮으냐”고 몇 차례 되물었지만 “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되니 A군을 지원시켜 달라”는 답변뿐이었다. A군은 해당 전형에 추가 지원해 합격했다. S중에서는 한 명이 더 합격했다. 하지만 최근 부적격자 논란이 일면서 S중은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두 학생에 대한 학교장 추천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두 학생의 자율고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J중학교 박모 교장도 “자율고들이 일반전형에서 탈락한 성적우수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중학교에 가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추천서만 받아오면 된다’고 해 학부모들이 (추천서 받으려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이 전형은 추첨으로만 뽑는 일반전형과 달리 지원자 중에서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이 때문에 자율고 얘기만 믿고 지원했던 학생의 학부모들은 “해당 학교에 몇 차례 확인했지만 문제없다고 했다”며 “합격 취소 등 피해가 발생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전형의 과도한 모집비율과 모호한 자격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지역 중3 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한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이 10% 남짓인데도 무조건 정원의 20%를 뽑도록 해 미달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자율고 4곳은 추가모집까지 했지만 정원을 못 채웠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자격 규정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자율고에서는 검증이 어렵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정원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중학교별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기준을 명확하게 운영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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