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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밴쿠버] 외조도 메달감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환희 뒤에는 주변 사람들의 희생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유난히 연인의 메달을 위해 헌신한 남자들이 많다. 경기장 바깥에서 ‘외조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린지 본(왼쪽)과 토머스 본 커플.
미국의 린지 본(26)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남편 토머스 본(35)과 얼싸안고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나눴다. 린지 본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5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 전에도 정강이 부상을 입었다. 4년 전 악몽이 떠올랐을 터다.

하지만 린지 본에게는 토리노 때 없던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2007년 결혼한 남편 토머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미국 스키대표팀 출신. 선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토머스는 아내와 밴쿠버에 함께 머물며 경험과 심리적 안정을 공유했다. 린지 본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나를 위해 희생해준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지난 18일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마리안 셍젤라(20·캐나다)가 은메달을 따내자 남자친구 찰스 해멀린(26)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캐나다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선수인 해멀린은 여자 500m 결승전 내내 손톱을 물어뜯으며 긴장했다. 셍젤라가 은메달을 확정하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구나 이날은 셍젤라의 생일이었다. 해멀린은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세레나데를 불러주며 생일을 축하했다.

해멀린은 캐나다 ‘CTV’와 인터뷰에서 “(여자친구가 메달을 땄을 때) 기분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내가 메달을 따냈더라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셍젤라도 “남자친구와 함께 운동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은메달리스트 티나 메이즈(26·슬로베니아)도 코치이자 남자친구인 안드레아 매시의 외조 덕을 톡톡히 봤다. 매시가 없었다면 메이즈는 올림픽에 나오지도 못할 뻔했다. 2년 전 슬로베니아 스키협회가 재정상 이유로 후원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시가 후원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 덕분에 메이즈는 스위스 스키연맹 주선으로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다.

중국 자오홍보(왼쪽)와 선쉐 커플.
부부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사례도 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중국 피겨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자오홍보(37)-선쉐(32)다. 2002년과 2006년 대회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낸 이들은 2007년 은퇴했으나 2년 전 복귀를 결심했다. 자오홍보의 복귀 의사 타진에 선쉐는 “결혼하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둘은 결혼 뒤 더욱 친밀한 연기를 펼치며 환상호흡을 맞췄고, 밴쿠버에서 결실을 거두었다. 선쉐는 “결혼 뒤 로맨틱한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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