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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늘] 독립운동과 불교 개혁에 바친 삶, 백용성 큰스님 입적하다

1928년『불교』43호에 실린 백용성 큰스님의 모습. 그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한용운과 더불어 불교계를 대표한 독립운동가이자 불교의 근대화와 대중화의 토대를 놓은 불교 개혁가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대한독립 만세!” 삼창이 울려 퍼진 서울 인사동 태화관에 백용성(白龍城·1864~1940)도 있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한용운과 함께 불교계를 대표해 거족적 민족운동의 첫 불꽃을 지폈다. 이들이 올린 봉화는 방방곡곡 남녀노소의 가슴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다. 왕정복고가 아닌 공화국을 세우려 했던 3·1운동을 분수령으로 이 땅의 민초들이 자신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는 주체로 깨어나기 시작했음은 7500명의 피살자와 1만6000명의 부상자 숫자가 웅변한다. 불교도 시대의 변화 추이에 발맞춰 산중(山中) 불교의 구태를 벗고 중생의 현실 삶에 다가서야 했다.

“불교는 흡혈적·사기적 종교이며, 기생적 종교라 아편 독과 다름없다 하니 우리 불교가 과연 이러한 것인가. 나는 조석(朝夕)으로 생각함에 수치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는 바다.” 백용성은 근대 문명의 홍수 속에서 승려들이 자신의 해탈만이 아니라 민초들에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전해 구제하려 했다. 1년 반의 투옥 생활 중 불경을 한글로 풀어 쓰는 것이 불교 대중화의 지름길임을 통감한 선각으로 우뚝 섰다.

“오늘날 철학·과학·천문학·정치학·기계학 등 배울 것이 많은 시대에 한문만을 가지고 세월을 허비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문명 발달의 장애만 될 것이며, 설사 수십 년 동안 한문을 공부해 큰 문장이 된다 할지라도 우리 종교의 진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조선 글은 남녀 상중하가 보면 즉시 아는 것이라 보급하기 편리하리니, 내가 만일 출옥하면 즉시 동지를 모아서 경전 번역하는 사업에 전력하여 이것으로 진리 연구의 한 나침반을 지으리라.”(『용성대종사 전집』 10). 출옥 직후인 22년부터 39년까지 17년 세월을 그는 불교계의 무관심과 반대를 뚫고 역경(譯經) 사업에 몸 바쳤다.

불교가 근대 종교로의 진화를 모색한 그때. 개혁의 모델은 둘이었다. 하나는 일제 침략의 앞잡이 역할을 하던 일본 불교였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였다. 대처식육(帶妻食肉)을 허용하는 일본 불교는 승가를 수행단체로 자리매김하려 했던 그의 눈에 따라 배울 만한 대상으로 비치지 않았다. 일요법회, 찬불가, 부녀자 선방(禪房), 대중 선방, 어린이 일요학교, 대중 불교잡지의 출간. 그는 기독교의 포교 방법을 따라 배워 불교가 대중 속에 임하게 하려 했다. 1940년 2월 24일 향년 77세 법랍 61세로 입적(入寂)한 큰스님 백용성.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그가 밝힌 불교 개혁의 정신은 오늘 우리 불자들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숨 쉰다.

허동현 경희대 학부대학장·한국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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