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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萬折必東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군자가 물을 보고서 느껴야 할 점이 무엇입니까.” 공자는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향하니 의지가 있는 것과 같다(其萬折也必東 似志)”고 답했다. 여기서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말이 나왔다. 황허(黃河)가 남과 북으로 수없이 꺾여도 중국의 지형이 서고동저(西高東低)인 까닭에 끝내는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결국 원래 뜻대로 된다거나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음을 이를 때 사용된다.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 나온다.

삼성증권이 올해 증시 상황을 최근 ‘만절필동’에 비유했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남유럽 재정악화라는 ‘글로벌 삼재(三災)’가 있지만 끝내는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원하는 증권사의 바람이 담겼다.

만절필동이 가능한 건 ‘바다’라는 ‘그릇’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바다는 아무리 많은 강물이 흘러들어도 넘치지 않는다. ‘태산은 티끌도 마다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고 한 이사(李斯)의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 일본에서 ‘컨설팅의 신(神)’으로 불리는 하세가와 가즈히로(長谷川和廣)는 “도요타 자동차가 그릇 이상의 일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사업 규모가 도요타가 할 수 있는 ‘그릇’을 초과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가득 차면 뒤집힌다’는 ‘만즉복(滿則覆)’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사물은 차면 이지러지므로 가득 찬다는 건 오히려 손실을 초래하기 쉽다. 사람도 의기양양 거드름을 피우면 망하기 쉬운 이치다.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결국 미 의회의 압력에 굴복해 24일(미국 시간) 열리는 미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그의 가슴엔 ‘만즉복’의 쓰라림이 요동칠까, 아니면 끝내는 이번의 역경을 이겨내고 더욱 발전하리라는 ‘만절필동’의 의지가 번득일까. 비 온 뒤 땅은 더욱 굳어지게 마련(雨後地實)이라는데….

만절필동이 한국에선 ‘만절필서(萬折必西)’로 쓰여야 맞을 듯싶다. 우리 지형은 동고서저인 까닭에 대부분의 강물이 서쪽으로 흐르지 않던가. 그나저나 우리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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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