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품앗이 화폐

“아,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톨스토이의 한탄이다. 성경에도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디모데전서)라는 구절이 나온다. 돈이 삶의 목적으로 변질돼 인간을 지배하는 비극을 경계하는 말일 게다. 이런 돈의 속성에서 벗어나 ‘돈이 인간의 얼굴을 띠게 하자’는 움직임이 공동체 화폐 또는 품앗이 화폐 운동이다.

지역화폐의 연원은 1983년 캐나다 코목스 밸리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군기지 이전과 목재산업 침체로 마을에 경제 불황이 닥쳐 실업률이 18%에 이르렀다. 현금이 없는 실업자들은 살아가기 힘들게 됐다. 그러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주민 마이클 린턴이 녹색달러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주민 사이에 노동과 물품을 교환하게 하고 컴퓨터에 거래 내역을 기록했다. 세계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는 지역화폐제도 레츠(LETS: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의 시작이다.

레츠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호주다. 호주 카툼바 지역의 블루 마운틴 레츠는 90년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레츠로 꼽혔다. 에코(Eco)라는 지역화폐가 통용됐는데 시행 2년 만에 1200명 이상의 회원이 한 달에 800차례 이상의 거래를 했다고 한다. 일본 도쿄의 다카다노바바 지역 상점 사이에선 ‘아톰 통화’가 쓰이는 걸로 유명하다. 만화 주인공 아톰이 그려진 지역화폐다. 자기 젓가락을 가져와 쓰거나 쇼핑백을 반납하는 고객 등에게 비용 일부를 돌려줄 때 사용된다.

한국에선 대전의 ‘지역 품앗이’ 한밭레츠가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화폐 ‘두루’를 쓴다. 노동이나 물건을 다른 회원과 거래하고 두루를 벌어 갚는 식이다. 당장 돈이 없어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다. 필요한 것을 나눔으로써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 행복을 누리자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發露)다.

서울시가 품앗이 화폐인 S(Seoul)-머니를 도입한다고 한다. 자신의 노동과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베푼 뒤 받는 일종의 ‘포인트’다. 이 포인트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의 서비스를 받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품(노동)을 나눠 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S-머니가 넘쳐흐르는 날 서울은 더 살맛 나는 도시가 돼 있지 않을까 싶다.

김남중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