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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으니 유혹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사과문을 발표한 뒤 어머니 쿨티다 우즈와 키스하고 있다. 쿨티다는 “타블로이드가 나의 아들을 괴롭혔다”며 “아들은 불법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죽인 것도 아닌데 미디어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폰테베드라 비치 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마침내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섹스 스캔들이 터진 지 2개월여 만의 일이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으나 복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타이거 우즈, 섹스 스캔들 후 첫 기자회견

기자회견이 열린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는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회원 수 950명의 미국 골프기자협회가 ‘질문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은 무의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보이콧했지만 수십 대의 방송 중계차 등 수퍼보울 경기에 필적하는 취재진이 왔다고 골프닷컴 등 현장 취재진은 증언했다. 우즈는 지인들 30여 명과 기자 3명을 앞에 두고 13분여 동안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코스에서 버디나 보기를 했을 때 기뻐하거나 화를 냈지만 연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하면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타블로이드 등의 행태에 대해서 비난도 했다.

우즈의 기자회견은 30여 명의 지인과 기자 3명을 앞에 두고 13분여 동안 열렸다. 기자 수를 제한하고 질문
우즈가 언제 복귀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의 말은 짧고 매우 모호했다. “나는 언젠가 골프로 복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올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우즈의 복귀를 고대하고 있는 PGA 투어 팀 핀첨 커미셔너는 “좋은 소식은 돌아온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최소한 4월 초에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뛸 것으로 봤던 골프계는 기자회견 후 “복귀는 일러야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을 바꿨다.

올해는 우즈에게 커다란 기회다.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모두 우즈의 텃밭이어서 그가 그랜드 슬램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래서 그가 복귀에 대해 모호하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올해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올해 돌아오겠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즈가 최근 올랜도의 한 코스에서 골프를 하는 사진이 카메라에 잡혔다. PGA 투어 선수인 스튜어트 싱크는 “우즈가 몇 차례 골프를 했을 것”이라면서 “경쟁할 실력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이 돌아온다 해도 코스에서 팬들이 야유한다면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없다. 우즈 캠프는 이런 운을 띄워 놓고 여론의 향배를 보면서 복귀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우즈는 기자회견에서 “복귀하면 나는 골프에 대한 내 자세를 더 공손하게 할 필요가 있고 여러분의 격려는 나와 엘린에게는 세상 전부입니다”라면서 팬들의 지지를 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끈 내용은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는 평범한 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우즈는 자신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평생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을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는 그런 권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돈과 명예 덕분에, 그런 유혹들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라고도 했다.

저명한 골프라이터인 존 페인스타인은 최근 영국 신문 가디언에 우즈의 이런 선민의식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우즈는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그 사실을 알더라도 우즈는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다’고 썼다. 우즈의 불륜 중 하나는 31개월간이나 지속됐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주위 사람들과 동료 선수의 입과, 언론의 펜을 묶을 정도로 강력했다.

2007년엔 실제 언론을 무마한 일도 있었다. 이번에 우즈의 불륜 사실을 터트린 연예 폭로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우즈의 외도에 대해 말할 제보자를 확보했을 때다. 타이거 캠프에서는 이를 막았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자매지인 맨즈 피트니스에 우즈가 커버 스토리로 등장하는 대신 우즈의 불륜 기사를 뺀 것이다. 우즈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우즈는 공짜로 잡지에 사진을 찍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우즈는 사생활에 대해서 집착을 가지고 있다. 그의 호화 요트의 이름은 프라이버시(사생활)다. 그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데 이유는 물고기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서란다. 우즈의 첫 캐디 마이크 코원과 첫 매니저 휴이 노튼, 코치 부치 하먼 등 ‘우즈 제국’을 만든 개국공신들이 사생활 누출이라는 이유로 모두 참수를 당했다.
페인스타인은 “우즈는 별명이 ‘Snarlin’(으르렁거리는)인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별명이 “안 돼 박사”인 매니저 마크 스타인버그, 그리고 평소 말을 잘하지만 타이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행크 해이니가 지킨다”고 비꼬았다.

우즈도 미디어에 대해 적대감을 가질 근거가 있다. 우즈는 유색 인종으로 백인들이 지배하는 골프에서 최고가 됐다. 그가 조금만 약점을 보이면 공격을 당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백인 최고 스타인 필 미켈슨은 혼외정사를 통해 낳은 자식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기사화되지는 않았다. 미켈슨은 가족을 중시하는 이미지의 선수로 남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우즈가 돈은 원하지만 대중과 지나치게 거리를 두려 하는 이기적인 선수라고 본다. 다음과 같은 일화를 얘기한다.

2007년 첫 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다. 우즈는 아널드 파머에게 “나는 평범한 21세 청년이 될 수 없다. 항상 미디어에 얘기하고 사인을 하고 스폰서와 사진 찍는 게 지겹다”고 말했다. 파머는 “평범한 21세 청년은 은행 잔고 5000만 달러가 없으니 평범하게 되고 싶으면 돈을 돌려주면 된다”고 충고했다. 물론 우즈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가끔 우즈의 사생활이 공개되기도 하지만 가식적인 것이라고 본다. 그는 테니스 최고 스타 로저 페더러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풋볼 스타 페이튼 매닝 등과 함께 농구경기장에 나타나는데 모두 나이키나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로 엮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즈의 힘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미디어는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디어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반응이다. 섹스 스캔들 이전 미디어의 내용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우즈가 2개월여의 재활과정이 지나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우즈는 질문을 받지 않았고 참가자도 마음대로 정했다. USA 투데이는 섹스중독 치료 전문가의 말을 인용, ‘우즈의 공개 사과는 그의 치료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심리학자인 미첼 아브람스는 “우즈는 바보가 아니다. 캠프에서 면밀히 검토한 대로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고 ESPN에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으로 그의 사생활이 더 드러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기에 미디어 없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얘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결국 대중의 평가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유명인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홍보전문가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기자회견을 한다. 우즈는 파란색 커튼을 배경으로 TV 카메라 앞에서 지인들에게 사과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연설식 기자회견은 마음속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설득력이 작다”고 지적했다. 우즈는 공개 사과 중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표정으로 봤을 때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또 질문자 등 특정한 한 사람의 눈을 보면서 답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했다. 우즈의 부인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효과를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백악관에서 행한 부적절한 관계 등을 사과할 때 부인을 대동하고 나온 것처럼 피해자와 함께 나오는 것은 대중 설득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부인도 설득시키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그를 용서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가 필요한 골프계에서는 그의 회견이 감동적이라고 느꼈다. 핀첨 커미셔너는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골프에 대해서 전념하겠다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PGA 투어 선수인 루크 도널드는 “진정한 사과였다”고 말했고 또 다른 PGA 투어 선수인 벤 크레인은 “죄 없는 사람만 창녀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용서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어니 엘스는 우즈를 비난했다. 엘스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회 중에 이런 기자회견을 해서 대회의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이것을 기사로 써도 된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에 대해 “21일 다시 중독 치료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20일을 택했다”고 말했다.

우즈의 어머니인 쿨티다 우즈는 기자회견 후 “일부 미디어, 특히 타블로이드가 나의 아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쿨티다는 “아들은 불법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죽인 것도 아닌데 미디어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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