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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와 중이온 가속기

‘TED 콘퍼런스’는 다보스 포럼같이 세계를 이끄는 창조 엘리트들의 토론 모임이다. Technology(기술)·Entertainment(엔터테인먼트)·Design(디자인)의 약자다. 1984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리처드 사울 부르만이 자기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을 초대하는 ‘꿈의 디너파티’로 시작했으나 2001년 출판기획가 크리스 앤더슨이 인수한 뒤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됐다. 올해 TED 콘퍼런스는 10~13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렸는데 참가비 6000달러(700여만원)를 내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만 1500여 명에 이른다. TED의 명성은 강연자가 지켜야 하는 ‘지옥의 18분 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주어진 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많은 강연자가 “18분간 내 인생 최고의 강연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엄청난 준비를 해야 했다”고 토로한다.

지옥의 18분 룰을 통과한 강연자 가운데 빌 게이츠도 있었다. 빌 게이츠는 인류의 가치관과 부의 근원을 뒤바꿀 ‘테라파워(Terrapower)’를 제시했다. 테라파워는 원전의 우라늄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실험적 기술을 말한다. IT 시대의 문을 연 그가 이번엔 에너지 시대로 화두를 확장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에너지 기적이 필요하며,이를 위해서 테라파워 같은 혁신적 과학기술에 기댈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감축 논의만 하지 말고 에너지 혁신 연구에 수십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약속이라도 한 듯 30년 만에 미국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전 폐기물의 영구 에너지화 방법론은 미국이 침묵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4년 전 준비되기 시작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건설이 그것이다. 중이온 가속기는 기초과학의 거대실험 장치의 하나다. 137억 년 전 우주탄생(빅뱅) 즈음에 발생한, 존재와 비존재 경계에 놓여 있던 극미한 물질세계를 다루는 장치다. 이 장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핵변환을 가능케 해 원전 폐기물의 물성까지 바꿔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성 반감년이 100만 년인 위험한 핵폐기물을 핵변환을 통해 불과 100년 수준으로 낮추는 ‘연금술의 과학’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중이온 가속기 프로젝트를 접하고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 계획은 2007년 대선 캠페인 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기벨트) 공약으로 발전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프로젝트, 혹은 과기벨트 계획은 2010년 우여곡절을 거쳐 이른바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들어 있다. 정치권에선 친이계니 친박계니 하면서 세종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가 원안으로 가든, 수정안으로 가든 중이온 가속기는 살아남아야 한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론이 중이온 가속기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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