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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0만 명 다녀간다 … 명동 매장은 A급 광고판

27일 ‘명동 2차 대전’의 막이 오른다. 총·대포 쏘는 전쟁이 아니다. 패스트패션 업계발(發) 전쟁이다. 포문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1위 업체 ‘H&M’이 연다. 이날 명동 눈스퀘어 빌딩 1~4층, 총 2600㎡(약 790평)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다. 이미 명동(롯데영플라자 포함)에는 자라(3개)·망고(3개)·유니클로(2개)·포에버21·스파오 등의 패스트패션 매장 10개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내 패스트패션 업체인 ‘스파오’가 명동에 경쟁사를 압도하는 규모(약 2880㎡)로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산 vs 외국계’ 구도의 1차 대전이 벌어진 바 있다. 여기에 H&M이 가세하면서 명동은 명실상부한 패스트패션 격전지로 떠올랐다.
 

자라부터 H&M까지 명동에 1호점, 세계 패스트패션 명가 ‘명동 결투’

명동, ‘깃발’ 혹은 ‘안테나’
명동은 유동인구 면에서 국내 최대다. 하루에 150만 명, 주말에는 230만 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사람 많다는 강남역이나 삼성역·코엑스몰 지하상가(하루 유동인구 20만 명 수준)를 압도한다. 젊은 층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넓고 소비자 수준도 다양하다. 해외 관광객도 몰린다. 명동에 매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광고가 된다. 종합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명동은 세계의 주요 번화가 중 11번째로 임대료가 비싸다. 그런데도 많은 업체가 명동에 매장을 고집하는 이유다.

‘패션의 성지’로 압구정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그러나 압구정은 소비자 타깃층이 명확하다. 소비력을 갖춘 젊은 패션 리더다. 값싸게 최신 패션을 즐기려는 불특정 다수의 패스트패션 소비자가 모이는 곳이 아니다. 압구정이나 청담 쪽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이 주로 자리를 잡는다.

자라는 2주 만에 매장 진열 제품의 70%를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2010년 S/S(봄·여름) 시즌 신상품.
상징성과 매출 효과 때문에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한국에 진출할 때 명동을 선호한다. 롯데쇼핑과 제휴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유니클로를 제외하고 자라·포에버21·망고·스파오·H&M이 모두 명동에 1호점을 냈다. 이들 5개 업체 중 4개는 명동에 최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2006년 명동에 1850㎡(약 560평) 규모로 국내 최대 매장을 열었다.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명동 중앙로의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 리퍼블릭’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자리는 보증금 30억원에 월 임차료가 1억5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 주변에는 유니클로를 비롯해 망고와 스파오가 들어섰다.

패스트패션 업체가 최고 상권에 들어서는 것은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H&M 한스 안데르손 한국 지사장은 “H&M은 가장 좋은 위치에 매장을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우리의 모든 컨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최적의 장소에 대규모 매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0년 H&M이 미국에 첫 매장을 낼 때 고른 지역은 뉴욕 맨해튼에 명품 상점이 즐비한 5번가(5th Ave.)였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에 문을 연 일본 매장은 최대 번화가인 도쿄 긴자에 위치한다.

H&M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 사진은 이번 봄 ‘니트의 여왕’ 소니아 리키엘과 손잡고 출시한 니트 의류.
자라는 핵심 상권 장악을 광고로도 활용한다. 명품 매장 스타일로 꾸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 명동에만 자라 매장이 3개 있다. 특히 롯데영플라자를 뺀 두 개 점포는 명동의 대표 쇼핑몰인 눈스퀘어와 M플라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 서민정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M플라자에는 여성복·남성복·아동복의 베이직 라인, 눈스퀘어에는 여성복에 초점을 두고 고급 디자인 제품까지 들어간다”며 “같은 자라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차별해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자라의 광고 철학과 관련 있다. 광고비를 최소화하는 대신 목 좋은 곳에 하나라도 매장을 더 열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명동에 상륙한 패스트패션 매장은 모두 대규모다. 명동 매장이 해당 브랜드의 ‘플래그십(flagship·깃발) 스토어(브랜드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인 동시에 ‘안테나 숍(주요 고객층의 동향이나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가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명동에서 정면 승부를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대규모 자원을 투자한다.

패스트패션 업체의 매장 대형화 전략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계 패스트패션 업체인 포에버21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세리토스에 7900㎡(약 240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올해 안으로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버진 메가스토어’(음반 가게) 자리에 8400㎡(약 255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유니클로는 2005년 일본 내 3개에 불과하던 대형 매장(1600㎡ 기준)을 지난해 71개로 늘렸다. 유니클로의 ‘2009년 연간 보고서’에는 “2010회계연도 대형 매장을 96개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명동만의 강점도 있다. 해외 관광객 효과다. 명동은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가다. 망고를 수입하는 제일모직의 양희준 담당은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일본·중국 등 관광객이 하루 방문객의 30~40%를 차지한다”며 “방문객이 모두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값은 싸지만 이미지는 비싸다
패스트패션의 인기 요인은 소비자 욕구를 정확·신속하게 파악한다는 데 있다. 자라의 예를 보자. 트렌드를 예측하고 창조해 내는 대신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 신속히 제공한다. 일주일에 두 번 새로운 제품이 매장에 진열되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떤 제품도 4주 이상 매장에 머물지 않는다. 연간 2만여 개의 새로운 아이템이 쏟아진다. 루이뷔통 모회사인 LVMH의 다니엘 피에트 패션 디렉터는 “자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도 압도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패스트패션이 낯선 개념은 아니다. 2005년 유니클로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부터 국내에도 패스트패션 시스템이 있었다. 바로 동대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입은 옷이 하루 이틀이면 ‘OOO 스타일’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에 깔린다. 동대문은 2~3일 간격으로 판매율을 체크해 인기 제품은 추가 생산을 하고 안 팔리는 제품은 세일을 통해 재고를 소진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H&M이나 자라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나오지 못했다. 저가 이미지를 벗지 못해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값은 싸지만 이미지는 비싸다. 비싼 땅값을 주고라도 주요 상권을 장악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명품 버금가게 바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H&M과 자라의 브랜드 파워는 전 세계 브랜드 가운데 각각 21위와 50위다. 삼성(19위)보다 낮지만 현대차(69위)보다 높다.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16위)에는 못 미치지만 샤넬(59위)·에르메스(70위)에는 앞선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또 세계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고급 이미지를 심었다. H&M은 2004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와 협력해 제품을 출시했다. 출시하자마자 한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스텔라 매카트니, 로베르토 카발리, 지미 추 등 유명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2007년에는 미국 팝스타 마돈나와도 협력했다. 베이직 아이템에 집중하는 유니클로도 디자인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 샌더와 손잡고 ‘플러스 제이(+J)’를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국내에서 3일 만에 65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모델도 최고를 고집한다. 망고는 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시퍼, 페넬로페 크루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델로 쓴다. 올해는 스칼릿 조핸슨이 모델로 활약 중이다. 국내 업체인 스파오는 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 연예인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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