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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 속에 묻힌 침묵의 소리

부처님은 일생을 길에서 보냈다. 길에서 태어나고 성불하고 열반에 들었다. 제자들과는 평생 탁발수행을 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계절에는 한자리에서 지냈다. 젖은 길을 기는 미물을 밟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행 관행이 북방의 중국과 한반도에 전해져 ‘안거(安居)’라는 수행법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안거는 글자 뜻대로 편안하지는 않다. 목숨을 거는 것이 오늘날의 안거 정신이다.

백담사 무문관 동안거 석 달째 폐문 용맹정진

만해 한용운의 숨결이 밴 고찰, 전직 대통령의 유배처로 유명해진 설악산 백담사. 절에서 선원(禪院)으로 향하는 오솔길 입구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절대’ 금한다는 글귀가 붙어있다. 멧돼지 발자국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눈길을 올라가니 무금선원 무문관이 가파른 산비탈 아래 자리 잡고 있다. 무문관(無門關)은 원래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책이름이지만 이곳에는 이름 그대로 정말 문이 없다. 선승들이 들어있는 방은 모두 바깥에서 자물쇠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무문관은 세 채의 소박한 건물이다. 좁은 방에는 화장실과 세면시설이 있다. 현재 폐문정진을 하고 있는 스님은 열 분. 모두 출가 20년 이상의 스님들이다. 그런데, 방의 주인들은 이런 곳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영원한 대자유를 얻기 위해서지요.” 무금선원장 신룡 스님 말씀이다. “나고 죽는 인간의 원초적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기 위해 참선을 합니다.” 오전 11시. 시자(侍者)들이 각 방의 출입문 아래 공양구를 열고 음식 꾸러미를 넣어준다(사진). 하루 한 번이다. 현미밥 한 공기와 국과 반찬, 과일과 우유다. 저 정도의 식사로 버틸 수 있을까. 스님은 부처님을 떠올려 보란다. “평생 탁발하고 하루 한 번만 드셨습니다. 그 정신을 되살려야지요.”

한편 부럽기도 하다. 사람으로 태어나 해볼 만한 가장 큰 공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 속세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스님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잠시라도 명상을 해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건 없는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동안거는 정월 보름인 28일 해제한다. 중앙 SUNDAY는 석 달 전 결제 때부터 취재를 요청해 20일 마침내 허락을 받아 해제를 앞둔 무문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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