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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회적 파장 알면서도 성에 집착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섹스중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골프 황제’로 불리며 연간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벌어들인 타이거 우즈(35). 그는 최근 아내와 매니지먼트사의 요구에 따라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 재활원에서 6주간 섹스중독(Sexual Addict)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 이후 줄줄이 드러난 무분별한 혼외정사가 문제였다. 이번 일로 우즈는 가정에서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재벌 수준의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그가 도대체 왜 클럽 호스티스, 포르노 배우, 식당 종업원 등과의 섹스에 빠져든 걸까. 스웨덴 명문가 출신으로 결혼 전 모델로 활동했을 만큼 미인인 아내를 곁에 두고 말이다. 타이거 우즈가 치료를 받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섹스중독에 대해 알아본다.

타이거 우즈도 헤어나지 못한 섹스중독

중소기업 영업사원인 김모(37)씨. 영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회사의 압력에 시달리며 매일같이 접대를 이어나갔다. 기분 나쁘고 속상한 일이 많았지만 이제 막 돌을 넘긴 딸의 우유 값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성매매에 빠져들었다. 아내가 출산한 뒤로 부부관계가 뜸했던 것. 김씨는 “항상 남을 위해 참고 희생하며 사는데 이 정도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섹스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일상의 고통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성적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여직원 몸에 손을 댔다가 진짜 해고 위기에 몰렸다. 섹스중독에 빠진 것이다.

우울증·조울증·성격장애도 원인
타이거 우즈의 섹스중독에 대해 대한성학회 고문인 해암병원 정동철 원장(신경정신과)은 “골프로 사회적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가 느낀 긴장과 압박감은 대단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찾듯 그는 섹스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찾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섹스에 의존하면 섹스중독, 알코올에 의존하면 알코올중독으로 이해하면 쉽다. 나머지 도박중독·마약중독·게임중독도 마찬가지다.

욕구불만도 중독을 일으킨다. 섹스중독은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간절할 때 악화된다. 강동우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성의학전문가)은 “누군가와 정서적 친밀감을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특정 대상과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한계가 있는 경우,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이를 양으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초 화제가 됐던 영국의 한 청년은 마을에서만 500명의 아가씨와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는 섹스중독으로 돈과 직업을 잃고 마을에서도 쫓겨나는 등 일상생활을 망쳐 결국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외에도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에 대한 분노나 괴리감, 우울증·조울증, 성격장애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애정에 대한 결핍과 갈망이 신체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독되면 갈망 못 이겨 괴로워해
섹스를 좋아하는 것과 중독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직 섹스중독을 정의하는 의학적 진단명은 없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기준에도 섹스중독이란 용어 자체가 없기 때문에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대개 성적충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성 집착적 행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면 섹스중독을 의심한다.

강 원장은 “타이거 우즈나 빌 클린턴,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이 유명한 사람들이 왜 자신의 섹스 스캔들이 폭로됐을 때 받게 될 피해를 몰랐겠는가”라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의식했겠지만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게 섹스중독”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위를 한다거나, 길 가다가도 충동이 일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식이다.

중독자는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불안과 긴장을 느낀다.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신경정신과)는 “섹스중독은 단순히 바람기가 많다거나 성욕이 강한 것과는 다르다”며 “섹스중독자가 끝없이 쾌락만 느낄 것으로 오해하는데 환자들은 오히려 섹스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 없어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최근 성이 상품화되고 노출이 많아지면서 자위나 섹스, 야한 동영상 등에 중독된 사람도 많다. 이에 따라 외국은 섹스중독자를 위한 치료 모임이 활성화되고, 유명 인사가 언론에 나와 섹스중독자로 치료받았던 일을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있다.

남성 중독자가 부각돼서 그렇지 여성 중독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우려고 관계를 맺거나, 주목 받고 싶은 마음에 상대를 유혹하는 여성도 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성교육상담가)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서상 섹스중독 치료를 매우 꺼리며, 스스로 중독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적 에너지가 넘친다고만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몬 관련 약물 도움 받기도
지나친 성적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울 때는 자칫 성범죄나 습관적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강동우 원장은 “섹스로 대인관계나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성적 피해자가 있을 때는 치료 대상에 해당된다”며 “자위중독을 제외한 섹스중독은 자의든 타의든 성행위 상대자가 있기 때문에 그 불행이 가정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섹스중독 치료는 환자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중독자는 대부분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타의에 의해 재활원에 입소했던 타이거 우즈 또한 치료 기간 내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철 원장은 “혼자서는 내면을 마주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경정신과 의사가 거울이 돼 왜 섹스중독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원인과 배경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치료와 병행해 뇌에 생화학적 영향을 미치거나 호르몬에 관여하는 약물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섹스가 아닌 다른 건전한 방법으로 사회적 긴장감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 원장은 “섹스에 의존했던 사람들에겐 정적인 것보다 땀을 흘릴 수 있는 동적인 활동을 권한다”며 “운동이 직업인 선수는 주종목이 아닌 다른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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