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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이스트의 완벽한 테크닉...불안한 출발 덮고도 남아

야프 테르 린덴,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 크리스티안 리거.
17일 저녁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을 보니 고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명연주자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반가움보다는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섰다. 이들은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의 단원이 아닌데다 게스트라고 하기엔 너무 중요한 파트를 맡고 있다. 뒤늦게 찾아보니 아뿔싸!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펼쳐진 헨델의 오페라 '아그리피나' 공연(르네 야콥스 지휘)이 바로 며칠 전에야 끝난 것이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내한 연주, 17일 LG아트센터


사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본진이 아니다. 일본 아쓰기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각국에서 모인 연합 앙상블의 일부다. 물론 모두 한결같이 뛰어난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앙상블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른 공연이나 음반·영상물에서 들려준 치밀한 앙상블과 격렬한 다이내믹이 많이 희석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연주가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연을 보신 분들이나 평을 보시는 분들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시작은 상당히 불안했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1번은 생각보다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게다가 제2 오보에 연주자까지 병으로 급하게 대체된 상황이다. 프랑스식 서곡의 ‘첫 박자’부터 어수선했던 앙상블은 가보트 악장 이후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시종일관 리듬감이 부족했던 통주저음 때문에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은 칙칙한 연주에 그칠 뻔했지만 사냥 나팔을 흉내 내어 전원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바이올린 파트, 은근히 과시적인 비올라 파트, 오보에와 바순의 유쾌한 트리오는 그 가운데에서도 돋보인 연주였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BWV1052R)는 바흐의 위대한 작품으로 채워진 이날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작품일 것이다. 독주자 미도리 자일러는 음반에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재구성한 버전으로 연주했는데 연주하는 내내 인토네이션과 음색을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탄력 있는 활 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청중을 압도할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바흐가 제시한 갖가지 까다로운 음형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능숙하게 연주해야 한다. 멋지게 연주된 BWV1052R은 치열한 땀방울과 숨막힐 듯한 박력 그 자체다. 하지만 미도리의 연주는 힘겹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 때문에 숨이 막혔다.

반면 또 하나의 복원된 협주곡 c단조(BWV1060R)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가 뛰어난 오보이스트인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고 정확한 연주를 듣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바로크 오보에는 잘 연주하는 자체가 굉장히 까다로운 악기다. 하지만 베르나르디니는 테크닉을 넘어서서 바로크 이론가들이 이상으로 삼은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뉘앙스를 담아냈다. 아니 마치 베르나르디니의 몸에서 소리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 때문에 연주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칸타타 51번을 기대한 청중이 많았을 것이다. 소프라노의 음색은 귀금속처럼 연마되어 있고 음정은 호수면처럼 안정되었다. 높은 음의 아름다움은 칸타타의 1악장이나 앙코르 곡인 헨델의 오라토리오 ‘시간과 진실의 승리’ 중 아리아 ‘하늘이 선택한 당신(Tu del ciel ministro eletto)’에서 특히 빛났다. 하지만 알렐루야 후반부에서 낮은 음의 침투력이 약하고 또렷하게 들리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레치타티보 가사는 음절마다 마치 평온하게 숨을 쉬듯 에너지의 긴장과 이완이 담겨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다소 밋밋하게 다뤄졌다. 이전까지 별 존재감이 없었던 첼리스트가 레치타티보와 거기에 이어지는 아리아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정을 들려준 것과 대비가 되었다. 이날 연주는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능숙했으며 통주저음에서 밸브 없는 내추럴 트럼펫 연주에 이르기까지 실연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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