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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23>의도가 예술은 아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봤다. 북한 함경남도에 존재하는, 요덕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리명수 역을 연기한 최수형씨의 놀라운 가창력, 서병구씨의 다이내믹한 안무가 돋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은 진부했다. 결말은 뻔히 짐작되고, 신파가 판을 치며, 개연성이 없는 내러티브를 따라가야 하는 관객으로선, 이런 뮤지컬 참 부담스럽다.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는 탈북 예술가 정성산(41)씨다. 평양 연극영화대학을 나온 그는 개성에서 군 복무를 하다, 1994년 라디오로 KBS 사회교육방송을 몰래 들은 게 발각돼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한다. 국가보위부 문서 조작까지 드러나 13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한 달 후 호송차가 산길에서 구르는 틈을 타 탈출, 중국·베트남·홍콩 등을 거쳐 한국으로 왔단다.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다. “죽을 고비를 열 번도 더 넘겼다. 내가 할 일은 북한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그건 우리가 때론 잊고 지내는 진실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지금껏 남한에선 북한의 인권이나 궁핍 등을 얘기하면 꼭 정파성이 있는 것처럼 치부되기도 했다. 북한의 정치적 압제가 어떤지를, 그것도 직접 경험한 이가 생생히 전해준 건, 분명 이 작품의 성과다. 그러나 그 의도가 꽃을 피우려면 세련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작품의 허점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비인간적 상황으로 보이는 수용소에 갑자기 정신 나간 여성이 등장해 보사노바풍의 노래를 부르는 부조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성폭행 비슷하게 여성을 유린해 놓곤, 그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랑에 빠져 목숨 걸고 수용소를 빠져나가는 스토리에 공감할 이들이 과연 있을까.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수용소 소장과 경비대장이 알고 보니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그래서 갑자기 화해해 의기투합하는 건 극적 반전 장치일까.

이 작품은 4년 전 초연됐다. 썩 관심을 끌지 못하던 작품은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보러 오고 “참여정부 인사들이 꼭 봐야 할 작품” 등의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전회 매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슈가 사라지면서 별 재미를 못 봤다. 현재도 유료 객석 점유율은 40% 이하다.

시장에서 퇴출됐던 ‘요덕스토리’를 되살린 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 10억원이다. 그러나 문화부에서도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원 여부가 이미 국회에서 정해져 내려왔다”고 말한다. 1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인촌 장관 역시 “국회 예산권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럽지만 문화부에선 개별 작품에 지원하는 건 가급적 안 한다”라고 언급했다.

‘요덕스토리’엔 국회의원 31명으로 구성된 ‘요덕지킴이’라는 후원회가 있다. 한나라당 28명, 친박연대 2명, 자유선진당 1명이다. 이들이 설마 작품을 보고 지원을 해줄 만큼 예술적 안목이 없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북한 인권을 세상에 알린다는 좋은 취지였으리라. 그러나 그 취지는 대중과 교감할 때에야 힘이 실린다.

‘요덕스토리’는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유엔본부 공연도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다. 과연 지금 정도의 수준으로 외국에 나가는 게 좋은 것일까. 북한 인권을 알리기보다 한국 뮤지컬의 바닥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의도가 예술은 아니다중앙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 타고난 까칠한 성격만큼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더 뮤지컬 어워즈’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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