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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사 설 자리를 학원강사에게 내준 꼴

한국교육개발원이 어제 공개한 ‘고교생 학업 생활과 문화 연구조사’ 결과는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학생들이 “학원강사가 교사보다 모든 영역에서 더 도움이 되고, 더 낫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교과 전문성, 입시정책 변화 반영 등 강의나 입시지도 관련 항목에서 전문 ‘꾼’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강사가 교사를 앞서는 건 그나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인성 함양에 도움을 준다’ 같은 항목에서도 학원강사가 더 높게 평가된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교사’가 설 자리를 ‘학원강사’에게 내준 꼴이니 기가 막히고 안타까울 뿐이다.



교사들로서는 수업과 학생지도, 행정업무가 많은 교사를 한 과목만 반복해 가르치는 학원강사와 단순 비교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 결과는 교사들이 학생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엄연한 현실을 드러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게 교사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교사가 바뀌지 않고서는 이 같은 공교육 부진의 수렁이 더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교사들이 먼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들의 자성과 변화 없이는 학원에 내준 학교와 교사의 기능과 역할을 결코 되찾을 수 없다.



물론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교사들도 많다. 33년간 교단을 지키고 있는 서울 마포초등학교 황효순 교사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 방법을 개발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그 노하우를 다른 교사에게 전파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광중 이원춘 교사도 ‘수업 잘하는 교사’를 모토로 창의적 수업 방법 개발에 열정을 쏟는다. 주말이나 방학 때면 사비(私費)를 털어 가며 교수법이나 학생지도법 강의를 찾아다니는 교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학원강사보다 잘 가르쳐보겠다며 유명 인터넷 강의를 듣고 분석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교과연구회를 만들어 그룹 스터디를 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런 교사들이 늘어나야만 공교육의 희망이 살아날 수 있다.



교육 당국도 교사 개인의 노력에만 기댈 일이 아니다. 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대폭 줄여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사 양성·임용·연수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사범대의 교수법 관련 수업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고 형식에 머무는 연수가 반복돼서는 잘 가르치는 교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핀란드 교육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핵심 이유는 역시 교사다. 석사 학위 이수로 교사 전문성을 높여서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충격의 조사 결과는 교사의 신뢰 회복 없이는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는 엄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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