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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늘] 프랑스 고령사회

1980년께 프랑스의 한 농촌마을 풍경. 이런 마을에서는 건강한 노인들이 아니라 건강한 할머니들을 찾아야 했다. 노인 인구의 절대다수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한 할머니가 실망스러운 어조로 투덜댄다. “남자들은 그리 튼튼하지 못한 종자야!”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17세기 프랑스 작가 세비녜 부인은 왕비와 사별하고 재혼한 태양왕 루이 14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왕을 ‘늙은이’라고 불렀다. 당시 루이 14세는 47세였다. 오늘날에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超)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7월 현재 노인 인구가 10.7%에 달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는 2018년(14.3%)에, 초고령사회는 2026년(20.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982년 프랑스는 노인 인구가 13.8%로 이미 고령사회에 바싹 다가섰다. 우리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셈이다. 이 중 290만 명이 남자, 460만 명이 여자였다. 65세 이상의 남자 100명 중 74명이 배우자가 있었으나, 여자의 경우는 100명 중 52명이 과부였다. 75세 이상 인구 중 남자는 105만8000명이지만, 여자는 210만 명이었다. 노인들의 다수는 ‘할머니’인 셈이다. 많은 시간을 가사 노동에 투입해 온 여성이 남성보다 퇴직 후의 생활에 더 잘 적응했다. 미혼자의 경우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65~79세의 미혼 남자는 부인과 사별한 홀아비들에 비해 병에 훨씬 더 잘 걸렸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이런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의 4분의 3을 차지했지만 여자보다 남자의 자살률이 훨씬 높았다. 60~69세 연령대에서 홀아비들의 자살률은 부인이 살아있는 노인보다 3배나 높았다.



전통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와 지식의 보유자였다. 원시사회에서 노화는 쇠퇴라기보다는 지위 향상의 계기였다. 구전(口傳)문화에서 노인은 집단 기억의 보유자였다. 기대수명이 짧았을 때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과 찬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는 너무나 급속한 변화 때문에 경험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고령의 노동자들은 재훈련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숫자가 너무 많아 노인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그러나 경험이 중요한 비중을 점하고 노인들이 놀라운 역할을 하는 영역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정치다. 권력이 채워주는 만족감은 노화의 고통을 보상해 준다. 프랑스의 페탱 장군은 84세에 국가 원수가 됐고, 드골은 67세에 다시 권력으로 돌아왔다. 60세 퇴직에 찬성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65세에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당리당략을 떠나 경륜과 원숙함으로 국민을 편안하게만 해준다면야 누가 나이 탓을 하겠는가.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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