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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백수 3년 차 드디어 직장을 얻다, 그런데 이거 참 …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64쪽, 1만2000원


유쾌하면서도 코끝이 찡한, 보기 드문 에세이집이다. 백수 3년 차에 공사(公社)에 취직한 ‘이대 나온 여자’가 취업 어려움과 직장 초년병 경험을 쓴 에세이집인데 젊은이나 기성세대나 꼭 한 번 볼 만하다.

젊음에 받치는 송가(頌歌)는 짠하다. 취업에 목매던 백수시절, 지은이는 “회사가 어디든 가리지 말고 빨리 취직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애초 목표와 다르다고 해도, 그렇게 특별하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삶은 내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깃대를 잡은 방향과는 어긋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 꿈이 이뤄집디까’를 보자. “세상은 잔인하다.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어른들은 지금부터라도 알아야 한다. 청년들이 왜 해도 안 되지 하며 자책하고 있을 때, ‘미안하다. 사회가 좀 비합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하지?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마’하고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그러기는커녕, 하면 다 되게 마련이라고? 날지 못하는 거위한테 연습 부족을 채근할 인간들같으니라고.”

지은이는 ‘대학을 졸업하면 될 게 없어’, 그래서 ‘누구의 여자친구’라도 되고 싶어 ‘생계보장형 남자친구’를 사귄다. 그러다가 “내가 받고 싶은 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눠주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일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았던 그 즈음 거짓말처럼 취직이 된다.

그런데 직장은 ‘봉숭아학당’이다. “팀장님은 휴가, 부장님은 오전 내내 새로 구입하신 핸드폰으로 영화 감상 중이고, 차장님은 학부모회의 간다며 일찌감치 나가셨고, 위원님은 어디서 낮술을 드시는”곳이다. 거기서 문서 여백과 폰트 통일에나 몰두하고, 워크숍이란 회사돈으로 놀러 와 회사돈으로 술 먹기 위한 행사임을 익혀 나간다.

그런 끝에 결국 반란을 꿈꾼다. 사무실에서 개를 키우잔다. 그 명분이란 게 포복절도할 지경이다. 사회성이 좋아 손님에게 꼬리치며 싹싹할 테고, 본능적으로 서열 파악을 하니 팀장을 잘 섬길 거란다. 졸리고 지루한 회의에서 ‘강아지 시집보내기’ 를 안건으로 삼을 수도 있고, 상사에게 혼난 팀장의 화풀이를 대신 받아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편 본인은 개를 챙겨주느라 근무평점이 올라갈 것이라나.

노조 대의원 회의에서 비정규직 권익보호를 제안했다가 무안을 당하는 물정 모르는 이 젊은이. 오늘날 이십대들이 대의에 시들해진 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전두환에게 짱돌을 던지면 되지만 신자유주의랑은 어떻게 싸워야 되는지’ 물을 정도로 날카롭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니 미안해졌다. 기자되기를 열망한 지은이가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리하면서도 발랄한 글을 쓰는 이가 들어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는 생각에 절로 부끄러워졌다. 한편 몰염치한 기성세대답게 일찍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살짝, 솔직히.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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