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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운을 내리는가, 인간이 운을 만드는가

설은 이들에겐 대목이다. 온·오프를 가리지 않는다. 몰려드는 고객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종사자만 50만 명. 대한민국 ‘운(運) 서비스’ 업계 이야기다.전국의 용하다는 점집들은 요즘 시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로또 복권을 사려는 이들도 부쩍 늘어난다. 점집을 찾는 이들도 직업별로 특징이 있다. 기업인들은 직접 찾아다니는 쪽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은 ‘대리 서비스’를 애용하는 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점술인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스케줄에 쫓기는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이나 사주를 들고 온다”고 말했다.

운에 기대고, 운을 좇는 건 나라나 민족을 가리지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2%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장식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고 한다. 또 1억 명가량의 미국인이 매일 ‘오늘의 운세’를 챙긴다고 한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미국의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대통령 담화 발표, 심지어는 전용기 비행 일정을 잡을 때도 점성가의 조언을 받았다.

0과 1만으로 세상 만사를 간단히 압축하거나 풀어낼 수 있는 디지털 시대. 하지만 손에 꽉 잡히지도 않는 ‘운 컨설팅’은 어찌된 일인지 더욱 깊숙이 사람들 속을 파고들고 있다. 갈수록 번창하는 운 컨설팅, 이유가 뭘까. 우리 생활이 악보 한 줄만 바뀌어도 음계가 뒤집히고 템포도 들쭉날쭉한 변주곡처럼 복잡해진 탓이다. 손가락 하나로 온갖 정보를 다 챙길 수 있을 만큼 세상은 편해졌지만 정작 나의 앞날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툭하면 불거지는 경제 위기도 운세 비즈니스 업계의 자양분이다. 첨단 디지털 세상의 ‘중간계’에서 사주·관상·무속·타로·별자리 점 같은 동서양 다국적군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는 것도 그래서다. 덩달아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학계에선 점·복술의 효과를 ‘이런저런 심리 현상을 교묘히 파고드는 종합 심리 상담과 비슷하다’고 정의한다. ‘일반적인 점괘를 자신의 점괘로 받아들이는 심리(바넘 효과)’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진술은 무조건 믿으려는 심리(아첨 효과·flattery effect)’가 대표적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건국대 의대) 교수는 “매사를 운세에 의존하려는 심리는 아는 길을 갈 때도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켜는 행동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돌이켜 보면 무작정 점술가가 ‘찍어준 길(운세)’만 고집하는 바람에 되레 길을 잃거나 낭떠러지로 구른 유명인도 숱하다.

운 컨설팅도 진화 중이다. 원광디지털대학 주선희 교수는 요즘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한다. 의뢰자를 직접 만나는 대신 의뢰자의 평소 생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콤팩트디스크(CD)나 DVD로 넘겨 받아 컴퓨터 모니터로 분석한다. 국내 인상학 박사 1호이기도 한 주 박사는 ‘원격 관상’의 장점을 이렇게 얘기한다.“동영상으로 보면 의뢰인이 생생하게 활동하는 장면이 많이 담겨 있는 데다 얼굴의 건강 상태와 말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때론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해요.”

이 분야는 여전히 낯을 가린다. 대다수 수요자가 노출을 꺼린다. 미신에 가깝다거나, 과학적이지 않다거나의 부정적 인식이 많아서다. 이 땅에서 운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2010년 운 서비스 업계는 또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운 비즈니스를 양지로 끌어내려는 움직임도 그중 하나다. 관상·역술인의 모임 중 하나인 사단법인 문화인재경영협회는 올해 중 1000명에게 자격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인간관계·인사와 관련된 자문을 돕는 ‘얼굴 경영 컨설턴트’, 지능범이나 흉악범을 가려내는 데 유용할 법한 ‘범죄예방 컨설턴트’ 두 종류다.

이 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처럼 객관적인 시험 절차를 밟고 면허로 관리해서 공식 직업의 하나로 끌어올린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운 사업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운 예측’에서 ‘운 관리’ 쪽으로 다각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행운 심리학을 연구한 영국 하트퍼드셔대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10년 전 각계각층에서 골라낸 1000명을 상대로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을 심층 조사했다. 결론은 이렇다.

“운 좋은 사람은 예기치 않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행운을 ‘만들어’ 낸다. 운 좋은 사람은 낙관적이고 정력적이다. 새로운 기회와 경험에 개방적이다.”반면 운 나쁜 사람은 그 반대다. 대개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재치가 없으며, 걱정이 많고, 새로운 기회에 폐쇄적이다. 수없이 널린 행운을 어떻게 챙기고 소화하느냐는 결국 개개인의 몫이란 얘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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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