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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소동만으로 한계…긴 서사가 먹혔죠”

“‘추노’나 ‘파스타’ 같은 드라마가 고급 식당에서 제대로 먹는 한 끼라면, 우리 프로는 분식이에요. 다양한 메뉴를 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자, 그런 마음으로 만들고 있죠.”폐인까지 양산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지붕킥)’ 이영철(35) 작가가 10일 진지하게 말했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빼고, 출연 배우마다 스타로 만들고, 종영될까봐 팬들이 더 전전긍긍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간단한 분식이라니…. 방송 크레디트로 사용하는 닉네임 ‘새우등’스럽게 몸을 낮춘 설명이다.

그의 시트콤 이력은 1998∼2000년 방송된 ‘순풍 산부인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대 후 막 복학했던 때였다. 전공인 ‘철학’보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 그는 더 빠져들었다. 천리안 동호회 시청자 모임까지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순풍 산부인과’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러다 아이템 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선뜻 지원했고, 1년여 동안 ‘순풍 산부인과’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인생도 바뀌었다. 시청자 모임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2000년 MBC 공채를 통해 예능작가로 공식 입문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그동안 그는 ‘뉴논스톱’ ‘레인보우로망스’ 등의 대본을 쓰며 시트콤 작가로 자리 잡았다. ‘순풍 산부인과’ 김병욱 PD와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다시 만나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지붕킥은 얘깃거리가 많은 시트콤이다. 지정(지훈-정음) 라인, 준세(준혁-세경) 라인 등으로 이어지는 청춘 남녀의 연애담과 순재-자옥의 황혼 로맨스, ‘빵꾸똥꾸’ 해리의 성장기와 가난한 연인 광수ㆍ인나가 보여주는 88만원 세대의 생활상 등이 하루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안에서 고루 섞인다. “현실을 담아내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가 이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다. 지붕킥은 구조도 좀 독특한 시트콤이다. 회당 에피소드보다 극 전체의 이야기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많이 담았다.

“10년 가까이 시트콤을 했으니 하루하루 소동을 담아내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그렇게 소모적으로 나갈 게 아니라 큰 얘기를 만들어가자, 그래서 서사가 좀 센 시트콤이 됐죠.”

지붕킥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남다른 것도 그런 이유다. 누가 누구랑 맺어질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는 평범한 시청자 반응에 속한다. 최근엔 흑백과 컬러 사진을 합성해 만든 지붕킥 포스터를 근거로 들며 “흑백처리된 등장인물들은 다 죽는다”는 괴담이 돌기까지 했다.

이 작가는 “방송 초반엔 시청자 게시판이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독이 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바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어서다. “스토리의 큰 틀은 기획 단계에서 이미 결정돼 있었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바뀔 수는 없죠.” 그 틀의 큰 축은 가족애의 회복이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제각각 흩어져 있는 해리네와 완전히 찢겨졌지만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신애네를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어디가 정말 가족 같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두 가족이 점점 동화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지붕킥은 다음 달 19일 종영할 계획이다. 원래 계획보다 2주 연장한 분량이지만 팬들의 아쉬움은 크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방송사로서도 추가 연장에 대한 유혹이 클 법하다. 하지만 “6개월 동안 작업실에서 밤낮없이 일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쳤다”는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제작진이 첫 번째 시청자고, 또 첫 번째 팬이거든요. 더 보고 싶고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아름답게 끝내려고요.”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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