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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소

요즘 소는 코뚜레도, 고삐도 없습니다. 코에 구멍 뚫리는 신세는 피했으나 귀를 뚫려 자신의 이력이 낱낱이 들어간 바코드를 달고 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쟁기질이나 밭갈이의 벅찬 노동은 경운기에 떠넘겼으나 외양간에서 전후좌우 1m조차 못 움직이는 팔자입니다. 부려먹는 소에서 사람 입맛을 채우는 소로 바뀐 겁니다.

소는 부드럽고 맛있는 살코기가 되기 위해 살아갑니다. 좁은 외양간에 들어가 나갈 때까지 꼼짝없이, 최대한 움직이지 못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물망같이 촘촘해서 아름다운(?) ‘마블링’, 지방이 고루 박힌 살코기가 됩니다.

설이나 생일 같은 귀한 날에만 먹던 쇠고기를 사흘 내내 흔하게 먹어대니, 소 키우는 사람도 인간의 입맛을 높이는 데에만 온갖 신경을 다 쓰니, 소 팔자 서러워진 겁니다.

그런데 인간 때문에, 인간에 의해 지난한 삶을 꾸리는 게 어디 ‘소’뿐이겠습니까. 살도, 뼈도, 가죽도 남김없이 주고 가는 소의 눈망울이 아른거려 올 설날, 쇠고기 떡국이 조금 걸립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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