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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막말

중국어는 뜻말에다 높낮이가 있다. 운율과 가락이 절로 나는 이유다. ‘순커우류(順口溜)’는 그래서 가능했다. ‘입 장단 재담’쯤으로 풀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보자.

“술 마실 땐 한 병, 두 병으론 취하긴 어림없고, 마작 할 땐 사흘 나흘도 안 지치고, 춤출 땐 다섯 보, 여섯 보도 날 듯하고, 여인을 상대할 땐 일곱, 여덟도 문제 없네(喝起酒來一甁兩甁不醉, 打起麻將三天四天不累, 跳紀舞來五步六步都會, 搞起女人七個八個敢睡).”

“경찰모는 앞뒤로 빼쪽하다. 원고 먹어 치우고 피고까지 먹어서(大盖帽兩頭翘, 吃完原告吃被告).”

서슬 푸른 시절에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당 간부를 풍자하면 사회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몰렸다. 경찰 조롱은 무산계급독재를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됐다. 모두 감옥감이다.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80년대 들어서야 순커우류의 숨통이 틔었다. 후야오방(胡耀邦) 같은 개혁파 지도자는 순커우류를 인용해 지방 간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요즘 순커우류는 관리 부패와 무사안일을 꼬집는 내용이 주류다.

“미녀를 바치면 즉각 처리, 돈만 바치면 잠시 후 처리, 돈도 여인도 없으면 마냥 대기(送上美女馬上辦, 只有金錢等着辦, 無錢無女靠邊站).”

“8시 출근인데 9시에 도착, 차 한 잔에 신문 뒤적 여유작작, 좋은 담배는 피울 뿐 사는 건 못 봐, 좋은 술은 늘 마셔도 끊이지 않네(八點上班九點來, 品茶看報好自在, 好煙見抽不見買, 好酒常喝流不斷).”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3월 30일 이론공작회의에서 강조한 ‘4대 기본원칙’(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공산당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마오쩌둥 사상)에 빗댄 ‘4대 기본’이란 순커우류도 나왔다.

“식사는 접대로 해결이 기본, 담배는 선물로 해결이 기본, 월급은 노터치가 기본, 마누라는 비(非)사용이 기본(吃飯基本靠請, 抽煙基本靠送, 工資基本不動, 老婆基本不用).”

순커우류가 없는 탓일까, 우리 땅엔 대신 막말이 횡행한다. 검찰청, 법원, 교실에서뿐만 아니다. 여론 광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비평가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표현을 썼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생략된 표현이다. 고소당해 벌금까지 물게 생겼다. 막말과 토론은 반대말이다. 막말엔 드잡이만 있다. 다시 순커우류를 보자. 순커우류는 신랄할수록 사랑받는다. 단, 조건이 있다. 상대 명시 불가다. 막말은 정반대다. 상대방 얼굴을 정확하게 겨냥한다.

진세근 탐사 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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