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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이제 충분히 할 만큼 했다

1995년 민자당이 쪼개졌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해다. 그전 연말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김종필(JP) 대표 축출설은 연초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YS 측근들은 익명으로 “JP가 퇴진한다. 3당 합당의 지분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떠들었다. YS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런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JP는 YS에게 “나는 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자민련을 만들어 독립했고,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은 참패했다. 그 다음해 총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보수대연합세력은 늪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정권교체, 10년간의 민주당 정권이 이어졌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 추이(그래프 참조)를 보면 너무 닮았다. 기세 좋게 고공 행진하던 지지도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거부감은 하늘로 치솟는다. 원인은 거의 일치한다. 측근·친인척 비리와 여권 내분이다. 집권 3년 차쯤 되면 권력에 익숙해진다. 목에 힘이 들어가고 권력 주변부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내분이 일어나는 것도 그런 연유다.

DJP연합으로 집권한 DJ, 호남 세력의 지원으로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물론 이들의 지지율 변화가 딱히 당 내분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그럴 만한 사정이나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5년 단임제에서 임기 중반을 관리하려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다.

25일이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2년이 된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점도 많다. 촛불시위로 집권 초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친서민 행보와 원전 수주, G20 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2년 차에 오히려 지지율이 급등했다. 원칙을 지켜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다 같은 집권 3년 차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벌여놓은 과제가 너무 많다. 당장 세종시 문제에서부터 4대 강 사업, 정치개혁, 행정구역 개편에 개헌 문제까지 아직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다. 신보호주의 안에 놓인 경제와 일자리, 북핵과 남북 정상회담 등 엄청난 과제들이 놓여 있다. 6월 지방선거나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8월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은 이런 국정과제들을 헝클어놓을지도 모른다.

이제 해야 할 일과 버려야 할 일을 가를 때가 됐다. 3년 차면 국정의 흐름을 장악해 의욕이 넘칠 때지만 남은 기간 완성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럴수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 같은 큰 이벤트가 일시적으로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다른 문제까지 해결해줄 열쇠는 아니다. DJ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직후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7.7%에서 54.4%로 솟구쳤다가 곧바로 30.2%로 떨어졌다. 부정적 평가는 18.2%에서 51.4%로 뛰었다.

가장 먼저 정리할 것은 세종시 문제다. 원안론자건 수정론자건 논리와 명분을 충분히 설명했다. 남은 건 정리하는 절차다. 그 길도 명확하다. 국회가 만든 법은 국회가 결론을 내는 게 대의제에 맞다. 합의가 안 된다면 표결을 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다만 정치의 본질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점이 변수로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만나 솔직하게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공개적 언쟁은 오해만 쌓을 뿐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수정안을 접는 수밖에 없다. 표결로 결론을 내건, 포기하고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건 마무리할 때가 됐다. 여기에 발목이 잡혀 다른 국정까지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계산을 한다는 섭섭함은 국민의 판단에 넘겨야 한다. 솔로몬의 여인처럼 정치적 이해보다 국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린아이의 손을 놓는 수밖에 없다.

김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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