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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축구, “적은 우리 내부에 있었다”

축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무엇인가 있다.축구단 내부에 무엇인가 심각한 균열이 있다.'

30년 축구팬인 제가 본 한국 축구 중 가장 무기력했습니다. 우리 선수가 볼을 가져는데도 동료는 뛰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축구에서도 나오지 않는 장면입니다. 상대와 몸싸움하다가 넘어지고는 엎드려 심판을 봅니다. 일단 일어나 뛰어야 정상적인 선수지, 심판한데 휘쓸 불어달라고 응석 부리는 게 선숩니까. 그게 프롭니까?

'고돌이' 용어중에서 '운칠귀삼'이라는 말이 있지요. '운7 기술3'이라는 얘기. 어제 한국 축구가 그랬습니다. 대충 차 놓고 운좋게 들어가기를 바랐습니다. 조직력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도 없었지요. 동료 선수가 아니라 경쟁자같았습니다.

나는 축구단 내부에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고 확신합니다. 감독하고 선수가 감정 싸움을 벌였다거나, 아니면 선수끼리 치고받고 알력을 빚고 있다거나...내분이 일어났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고는 동료가 뽈을 갖고 있는데 어정어정 댈 리 없습니다. 30년 축구 팬인 저의 시각으로는 그렇습니다.

분명 무엇인가 있습니다. 균열이 있었습니다.



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중국에서 뛰고 있을 수 많은 이 땅의 비즈니스맨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에게 한국 축구는 자부심입니다. 그들은 중국 사람들 한테 치이고, 속고, 무시당해도 당당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너희들 보다 한 수 위니까'라는 자존심이 있지요.

중국 사람들은 한국 축구에 정말 감탄합니다. 그들은 한국 축구가 대단하다며 열심히 얘기하다가, 마지막으로는 한 마다 더 합니다. '中國足球,不行'... 그래서 중국인 친구 만들기가 더 쉬웠습니다. 한국의 축구 대하듯 한국인을 대했으니까요.

삼대빵으로 진 게 억울한 게 아닙니다. 우리 자존심이 무너진게 분통이 터질 뿐입니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중국에 계신 비즈니스맨 여러분은 어떻하겠습니까. 많이 속상하실 줄 압니다.

우리는 지금 전방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돈이라면 중국이 훨 많고, 세계 선진기술은 모두 중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다 밀리고 남은 게 축구였는데, 그 마지노선이 뚫렸으니 분통터질 뿐입니다.

중국과의 모든 사안은 따지고 보면 결국 '우리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제 기억속의 첫 분규는 2000년 터진 마늘사태입니다. 한국이 중국마늘에 130%의 상계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중국이 즉각 보복에 나섭니다. 한국산 핸드폰 수입을 막아버렸지요. 결국 한국은 두 손 다 들었습니다. 협상팀은 가서 빌어야 했습니다. 문제는 내부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특정 지역의 속좁은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서 농산물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우리의 문제였던 것이지요.

이런 일도 있습니다. 중국이 한 한국인을 마약거래 혐의로 사형시켰습니다. 한국정부가 발끈했습니다. '우리나라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감히 사형을 해?'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화를 냈습니다. 얼마후 중국 외교부가 그럽니다. '우리는 통보 했는데...' 한국 외교부가 또 받아 칩니다. '절대 받은 바 없다'. 그런데 바로 몇 시간 후 베이징의 주한중국대사관 서류철에서 구겨진 팩스 하나가 발견됩니다. '000를 마약 협의로 사형에 처하겠다'라는 내용이었지요. 세상에, 자국 대사관 서류철 확인조차 하지 않고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서 상대국 외교부를 비난하는 게 한국 외교부 수준입니다. 우리의 문제였던 겁니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중국과 중국인을 욕하고 돌아섭니다. 그런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그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합작 파트너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뛰어들어가서는 적당히 돈 자랑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쪽박차고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욕을 해대는 겁니다.

기술도 그렇습니다. 중국은 기술진보가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시장이 있느니까요. 외국의 선진기술은 시장을 보고 앞다퉈 중국으로 갑니다. 그들의 기술진보 속도보다 우리보다 빠르면, 당연히 우리 기술이 뒤지는 겁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중국 기술축격 속도가 무섭다고 난리만 치면 뭐 합니까. 기술개발에 대한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지요.

축구를 보면서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한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었던 겁니다. 중국축구가 옛날 수준에서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면 그건 참으로 큰 착각입니다. 중국 축구의 성장은 당연한 겁니다. 준비 했어야지요. 그들을 연구하고,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짰어야지요. 그게 안 된 겁니다.

정치.외교가 그러하고, 비즈니스가 그렇고, 또 기술개발이 다 그렇습니다. 그게 오늘 한중관계의 현실입니다.

축구가 끝났습니다. 쳐다보기도 실었습니다. 채널을 돌렸습니다. 마침 뉴스를 하더군요. 뚱단지 같은 '강도'얘기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강도가 왔는데 우리끼리 싸워 되겠느냐'고 했고, 이에 대해 한 여성 당원이 '강도는 너잖아'라는 식으로 말했더랍니다. 그래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기자는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이어지는 화면에서는 어느 정당 당원들하고 검찰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참으로 작은 나라에서 갈등도 많고, 싸움도 많습니다. 이웃 중국은 그 큰 땅덩어리를 갖고도 일사불란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 적은 내부에 있었던 거야...

올리버스톤의 영화 'Platoon'이 생각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독백으로 끝납니다.

" I think now, looking back, we did not fight the enemy, we fought ourselves, and the enemy was in us. The war is over for me now, but it will always be there, the rest of my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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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