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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외고입시 개편안



“1점에 50등이 떨어져요. 내신 1등급이 아니면 외고 원서조차 쓰기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계속 만점을 받는다 해도 힘들 것 같아요.” 김성현(서울 월촌중 2)군과 어머니 엄현주(44·서울 목동)씨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고교개편안이 나오고부터다.

외고 = 내신 중시로 바뀌면
유학파들은 어쩌지…



유학파 아들 영어내신 위해 학원간다



"공부해도 문법시험 어려워요"




지난해 8월에 귀국해 지금까지 외고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과연 잘 한 판단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외고는 영어는 기본에다 전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갈 수 있는 학교였다. 영어는 런던에서 3년 공부한 덕분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래서 국어와 수학공부에 매달렸다. 중간고사에서 70점 받았던 국어도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기말고사에서는 100점을 받았다. 수학은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조금만 더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 내신성적만 반영한단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웠던 외교관의 목표가 한걸음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영어내신성적은 상대적으로 낮다. 기말고사에서 1문제 틀렸는데 내신 10%대로 밀려났다. 이 성적으로 외고는 무리다.



아무리 공부해도 문법시험은 어렵다. 말하기나 쓰기는 자신 있지만 5개의 선택지에서 틀린 문장을 2개 이상 찾는 문제는 정말이지 좌절감을 느낄 정도다. 영국에서 배운 영어가 모두 쓸모없어진 기분이다. 거기다 수업시간 필기 잘 하기나 에세이 쓰고 한 단어도 틀리지 않고 발표하기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 수행평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듣기 평가는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이었지만 신종플루로 결석하는 바람에 시험을 보지 못했다. 다른 항목 평균점이 그대로 대입돼 3점이나 감점 당했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문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내용은 너무 재미없지만 학교 내신성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책 필기도 감점 받지 않으려고 색깔 있는 펜을 준비했다. 친구들의 필기를 보고나도 노하우를 배워야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외고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불안한 어머니 내신 때문에 이사간다는데…



"외국인학교 진학하는 아이 늘어"




지난해 초, 성현이를 귀국시키는 것이 좋을지 본인의 희망대로 영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니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가족과 함께 지내며 공부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판단에 귀국을 시켰다. 여기에는 외고라는 대안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 판단이 맞았나 싶다.



성현이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엄마 중 한 명은 최근에 아이를 다시 유학보냈다. 외고를 목표로 공부해오다 영어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한다는 소리에 좌절한 것이다. 성현이와 비슷한 시기에 귀국한 다른 아이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 학교로 전학했다. 당시에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선 그 엄마의 판단이 옳은 것 같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엄마는 최근에 갑자기 강북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아이 내신성적 때문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학교 내신 시험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영어실력과 별로 상관없는 수행평가도 문제다.



최근 사설학원 입시설명회를 다녀오고부터 더 혼란스럽다. 학원에선 인증시험을 그대로 준비하란다. 외고 입시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데 인증점수를 그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교과부에서는 인증점수를 활용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외고 입시에 대해서는 학원의 정보밖에 믿을게 없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불안하다.



겨울방학부터 문법시험과 토플을 대비해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정말 한심스럽다. 3년이나 영국에서 공부해 글쓰기와 말하기는 잘하는데,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문법을 공부하기 위해 또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성현이 같은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진설명]고교체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외고를 지망하는 해외유학파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내신의 불리함을 무엇으로 극복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하는 김성현군을 어머니 엄현주씨가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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