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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곡괭이 집어주며 “조합장 허수아비 쳐봐라”

3일 정읍농민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린 농민 대회에서 한 초등학생이 허수아비를 날카로운 곡괭이로 내려찍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촬영해 익명을 요구하며 기자에게 건네 준 것이다.
농민 집회에서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를 곡괭이로 내려찍는 살상 퍼포먼스에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 “어린 학생을 동원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읍 농민단체 ‘살상 퍼포먼스’ 논란

전북 정읍시 농민단체연합회는 3일 오후 2시부터 연지동 농협중앙회 정읍시지부 앞에서 ‘쌀 대란 해결, 반(反)농민 조합장 퇴진’ 등 구호를 내걸고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는 농민회·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 회원 300여 명이 참석해 지역농협(정읍·황토현·샘골·칠보·태인) 조합장 5명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곡괭이로 내려찍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 농협 조합장들은 벼 수매가 인상 수준을 둘러싸고 지난해 11월부터 농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장들은 “지난 10년간 시중가보다 높게 벼를 수매해 농협의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해는 가마(40㎏)당 4만4000원 이상으로 매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농민들은 이에 대해 “농협조합장들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4만6000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석 달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농민대회가 끝날 무렵인 오후 4시20분쯤 정읍 서초등학교의 3~4학년생 4명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호기심에 집회 현장을 구경했다. 농민들이 ‘(어른들처럼) 한번 해보라’고 했으나 아이들은 거절했다 . 하지만 농민들이 곡괭이를 집어 주며 다시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다. 세 명의 학생이 날카로운 곡괭이를 들고 차례로 조합장 허수아비를 1~3차례씩 내려찍었다. 곡괭이에는 길이 1m50㎝의 나무 막대에 30㎝ 길이의 날카로운 쇠붙이가 붙어 있다. 허수아비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가 낭자하게 칠해져 있었다.



한 어린이는 “허수아비를 찌르고 난 뒤 징그럽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청·농민회 등에는 “초등학생들에게 살인까지 가르치는 것이냐”는 등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한일석 정읍교육장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위를 시켰다”며 “농민단체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종필 정읍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은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간접 살인 퍼포먼스를 시킨 것은 부모 입장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정읍농민단체연합회 윤택근 집행위원장은 “농민들의 요구를 거스르는 농협조합장을 응징하자는 의미에서 허수아비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고 해명했다. 또 “당시 퍼포먼스 현장에 있던 농민들은 ‘ 아이들이 장난 삼아 하는 것을 미처 막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며 “행사 마지막까지 주변 통제를 못한 것에 대해 다음날 학교를 찾아가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정읍=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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