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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높이 샀다, 그의 예술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직원 교육 프로그램인 유리병 공예를 시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예술이 밥 먹여 주느냐”고 빈정대곤 한다. 막말이지만 일말의 진실도 있다. 예술은 돈 되기 힘들고 실용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크라운·해태제과 그룹을 이끄는 윤영달(65) 회장에겐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경영자로서의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예술은 분명 밥 먹여 주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1996년 크라운제과 대표가 된 그는 2005년 해태제과 인수 후 그동안 꿈꿔온 ‘예술경영’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예술가적 창의성을 경영과 마케팅에 접목해 제과업계 2위 자리를 굳혔다. 그가 고안한 ‘예술지수(AQ, Artistic Quotient)’개념은 크라운·해태 그룹의 주요 경영지표다. “창의성 지표인 AQ를 높여야 좋은 물건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예술 접목 경영=‘예술경영’은 해태제과 인수 후 그룹 내 임직원 간의 조직융화를 위해 시급한 처방이었다. 2005년 한 배를 탄 크라운과 해태라는 상이한 기업문화가 불협화음을 내자 ‘모닝아카데미’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주 수요일 해태·크라운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악·미술 등에 관한 문화예술 교양강좌를 듣는 시간이다. “두 회사 임직원들 간의 반목을 줄이고 창의성을 함양하자는 뜻이었다”고 했다. 직원들은 국악기를 하나씩 익히고, 두 회사 혼성팀들은 뮤지컬 공연을 스스로 기획해 무대에 올리면서 동질감을 키워나갔다.



마케팅과 제품개발에도 창조경영은 힘을 발휘했다. 비스킷 제품인 ‘오예스’의 포장박스마다 명화가 담긴 엽서를 넣었더니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 추첨으로 뽑은 고객들을 해외 유명미술관 투어를 시켜주는 이벤트를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문화예술에 생각보다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절감했어요. 그래서 제품에 예술적 감성을 더욱 불어넣는다면 정체된 제과업종 매출을 늘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윤 회장은 2007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330여 만㎡ 면적의 ‘송추 아트밸리’를 열고, 직원들을 상대로 예술교육을 시작했다. 그룹 내 5500여 명 전 직원은 돌아가며 매주 이곳에 들어와 조각·공예 실습을 한다. ‘박스 아트’라는 교육과정이 독특하다. 과자 포장박스를 활용해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이다.



“버리는 과자 박스를 재활용해 예술품으로 둔갑시키는 일이었죠. 멋진 작품들을 대형마트에 전시하자 고객들이 반응하더군요. 직원들이 손수 제작한 조형물이 고객의 미적 향수를 자극한 셈이죠.”



빈 과자박스로 만든 조형물인 ‘박스 아트’.[크라운·해태제과 제공]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밀가루 반죽으로 ‘아이비’ 크래커를 만들기도 했다. 반죽이 숙성되는 19시간 동안 모차르트·바흐 등의 고전음악을 들려준 것. 좋은 음악은 효모의 활동을 촉진해 과자 맛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엔 몬드리안 추상화를 형상화한 ‘발리’ 초콜릿을 선보이기도 했다. 크라운·해태 그룹의 매출은 2006년 9400억원이던 것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1조720억원이 됐다. 창의성 깃든 제품개발과 마케팅이 적잖게 기여한 것으로 자체 분석한다.



경기도 송추 아트밸리에 전시된 조각 작품을 윤영달 회장이 관람하고 있다.[크라운·해태제과 제공]
◆메세나 사회공헌=송추 아트밸리에 모텔 세 곳을 개조한 아틀리에 등을 갖췄다. 10명의 조각가와 2명의 화가가 입주해 작업에 몰두하는 이른바 ‘창작 레지던스(residence)’의 공간이다. 이 인근에 미술전문 대학원대학교도 세울 계획이다. 우리 전통음악 살리기 운동도 벌인다. 크라운·해태는 2007년부터 ‘락음국악단’을 운영해 왔다. ‘창신제’라는 국악제를 해마다 열어 국악 저변 확대에 힘쓴다. 윤 회장은 국악을 통해 음식점 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음식점에 국악인들의 활동무대를 마련해 송추 일대를 국악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국악골’로 만들고 싶어요. 전통문화를 살리고 지역경제도 북돋울 수 있지 않을까요.“



윤 회장은 연세대 물리학과 1학년이던 1964년 지인들과 월간 ‘문학’을 창간할 정도의 문학청년이었다. 현대미술 연보를 손수 정리해 서울 남영동 본사의 ‘쿠오리아’ 갤러리에 전시할 정도로 미술에 심취하기도 했다. “무얼 하든 예술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엔 1억원 상당의 입체 프린트기를 구입하고, 입체(3D) 디자인 프로그램인 ‘라이노’를 익히는 중이다. 이 역시 직원들에게 가르쳐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주거와 예술·산업이 어우러진 한국판 ‘바우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창의성은 산업을 살리는 힘이지요.”



글=정강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윤영달=1956년 크라운제과를 창립한 고 윤태현 회장의 장남이다. 68년 연세대를 나와 고려대 경영대학원(1973),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2000), KAIST 지식경영최고경영자 과정(2001) 등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71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시작해 73년 포장기기 회사인 한국자동기를 설립했다.



예술지수(AQ)=크라운·해태 직원들은 돌아가며 토요일마다 AQ를 높이는 예술교육에 참여한다. 직원들이 제출한 작품을 평가해 우수사원에게 해외연수 등 각종 포상도 한다. 창의성 진작을 위한 윤 회장 특유의 경영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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