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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 ‘캐피탈회사 회장’ 위장 잇단 사기

휴대전화로 촬영한 오씨의 1조원 수표 사본.
“구경이나 하시오. 1조원 수표입니다.”

최근 외환은행에서 발행한 1조원 짜리 자기앞수표 사본을 들고 다니며 사기 행각을 벌이고 다니는 ‘큰손’이 천안지역에서 나타났다. 이 큰손에게 자금을 융통하려다 사기를 당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큰손 오모씨는 자신을 코스닥 상장회사인 D사와 관련성이 있는 D캐피탈 회장이라고 속이고 지사 설립 보증금과 대출 수수료 등 명목으로 수천여 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의 S씨는 지난해 11월 ‘D캐피탈 천안지사’를 내줄테니 보증금 5000만원을 준비하라는 오씨의 말을 믿고 이중 1000만원을 계약금 형태로 먼저 건넸다. 두정동에 그럴싸하게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오씨의 태도가 수상해 사업체 소재지인 경기도 화성시에 알아보니 D캐피탈은 대부업 신고도 안 돼 있는 불법업체였다.

천안서 사업을 하는 H씨는 지난해 12월 1억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오씨의 말을 믿고 수수료와 첫 이자 명목으로 1500만원을 선납했지만 5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S씨와 H씨는 오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오씨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대전에서도 나타났다. 대전에서 병원을 신축하고 있는 L씨는 일본 M은행을 통해 엔화를 빌려주겠다는 오씨의 말을 믿고 730만원을 들여 감정평가까지 마쳤지만 헛수고였다.

L씨는 재감정 평가를 위해 오씨와 함께 방문한 일본인 감정사에게 잘 보이려고 향응 접대에 최고급 인삼까지 선물했지만 이후 깜깜 무소식이다. 오씨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L씨는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사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 안산에서도 지사 설립 보증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뜯겼다는 피해자가 확인됐다.

오씨는 1조원짜리 수표 복사본을 보여주거나 “외환은행 계좌에 8000억이 입금돼 있다. 직원 오모가 조카인데 확인해 보라”는 말로 환심을 산 뒤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씨가 보여줬다는 1조원짜리 수표는 2007년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위조수표 사기사건 당시 수표와 일련번호 몇 개만 다를 뿐, 발행 일시나 지점장 이름까지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 한명인 L씨는 “돈만 받아가고 약속한 대출금을 차일피일 미뤄 확인해 보니 대부업 등록조차 안 된 무허가 업체였다. 유명업체와 관련성이 있다는 말도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수사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D캐피탈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라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오씨 등 관계자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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