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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박지은 4연승, 한국 대역전 우승

4일 정관장배 최종국에서 한국의 박지은 9단(왼쪽)이 중국의 마지막 주자 리허 2단과 우승컵을 놓고 결전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박지은 9단이 기적 같은 4연승을 거두며 또 한번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기원은 물론 대다수 프로기사조차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박지은은 중국과 일본 대표선수 4명을 차례로 꺾고 한국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4일 중국 광저우 웨스틴호텔에서 벌어진 제8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최종국. 박지은 9단은 중국의 에이스이자 최종 주자인 리허 2단과 마주 앉았다. 조그만 체구의 박지은은 체력이 약한 게 가장 큰 약점이다. 한데 송용혜(중국)·스즈키(일본)·예쿠이(중국)까지 3명과 3일 연속 격전을 치렀다. 전날 밤엔 엉뚱하게도 시합 직후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중국의 탕이 2단과 이벤트 대국(정관장배 4강 초청 특별대국)마저 가져야 했다.

중국과 일본의 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따낸 뒤 인터뷰하고 있는 박지은 9단.
더구나 리허는 전기 이 대회에서 막판 3연승으로 우승컵을 따낸 중국의 신예 강자로 중국에서 그 실력을 인정해 비씨카드배 세계대회 예선에도 출전했었다. 1983년생인 박지은보다 아홉 살이나 어려 체력도 좋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최종국에 나선 박지은은 일단 쉽고 간명한 포진을 선택했다. 초반에 힘을 아끼며 장기전에 대비한 영리한 전략이었다. 바둑은 쌍방 큰 모양으로 나뉜 채 그대로 종반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러나 끝내기 무렵, 조금 불리하다 싶었던 박지은이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찰나적으로 여기에 걸려든 리허는 큰 손실을 입은 뒤 박지은의 대마를 잡으러 왔으나 박지은은 깨끗한 솜씨로 살아버렸다. 바둑은 순식간에 반면 승부. 흑을 쥔 리허는 대경실색, 추격에 나섰지만 차이는 더 벌어졌고 결국 항서를 썼다(202수 백 불계승).

박지은은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한국 여자바둑의 축이다. 그는 이때의 우승으로 한국 최초의 여자 9단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 중국 여자바둑이 남자기사들과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이 급상승하며 한국을 연속 제압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에 이어 지난해 정관장배도 중국에 내줬다. 올 10월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은 남녀 단체와 남녀 혼성 등 3개 종목이 치러진다. 여자바둑이 강한 중국 측이 그렇게 정한 것이다.

이번 정관장배도 중국의 독무대로 흘러갔다. “여자바둑은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마저 나돌았다. 박지은이 강하다지만 중국의 에이스 3명을 잇따라 꺾는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 보였다. 오죽했으면 한국기원이 대회 도중의 이벤트에 박지은의 출전을 허용했을까. 박지은이 4일의 최종전까지 간다고 봤으면 3일 밤의 이벤트에 내보낼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박지은은 이런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 여자바둑은 2007년 이민진 5단이 막판 5연승으로 정관장배 우승을 거둔 일이 있다. 2008년에도 이민진이 막판 3연승으로 우승했다. 중국에 전력에서 밀린 지는 꽤 됐지만 계속 이런 드라마가 일어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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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