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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누가 실패냐

<8강전 2국> ○·저우루이양 5단 ●·이창호 9단

제4보(22~28)=두 기사 모두 처음 가보는 길로 들어섰다. 엄청난 수(手)의 바다에서 한 수 한 수 힘겹게 길어 올리며 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선악은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길을 잘못 들어섰는지 종착점에 다다르면 알게 될 것이다.

흑▲의 절단은 ‘어쩔 수 없는 한 수’에 해당한다. 백이 22로 응수하자 23의 단수, 그리고 24의 빵때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순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흑▲ 대신 A에 끊는 수도 생각할 수 있다. 백은 두 점을 버리고 외곽을 봉쇄하게 된다. 그건 흑 실패라고 이창호 9단은 판단했다.

아무튼 흑은 좀 더 크게 백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참고도1’ 흑1은 안 된다. 백8까지 오히려 흑이 수 부족에 걸리는 것이다. 다만 흑▲로 끊었을 때는 백이 ‘참고도2’처럼 곧장 잡으러 올 수는 없다. 흑이 두 점을 잡고 나면 양쪽이 끊긴 백은 수습불능 상태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흑▲로부터 24까지는 필연이다. 25의 단수도 기세상 이 한 수인 곳이고 26 역시 당연한 반발이다.(27=▲의 곳)

필연이고 당연하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은 매우 난해한 수순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가운데 기세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28도 A의 절단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칼칼한 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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