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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131> ‘한국판 CSI’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미국에서 시즌 9까지 방송된 인기 드라마 ‘CSI’, 한 번쯤은 보셨겠지요? 철저한 과학적 증거분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학수사대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CSI’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사체 부검에서부터 DNA 분석까지 온갖 증거물을 감정해 내지요. 석·박사급 인력 300여 명이 매년 30만 건에 육박하는 증거를 분석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범죄 증거물 감정 기관,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입니다. 국과수의 모든 것을 살펴봤습니다.

김진경·김효은 기자

100년의 역사 자랑하는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국내 유일의 범죄 증거물 감정 기관이다. 경찰·검찰·군사기관 등 각종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의뢰를 받아 감정을 수행한다.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이며, 연구소장 아래 총무과, 법의학부, 법과학부가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본부가 있다. 지방의 과학수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남부(부산), 서부(전남 장성), 중부(대전) 분소를 두고 있다.

국과수의 역사는 100여 년 전인 190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무국 행형과에 지문계를 설치한 게 시초다. 1931년 8월 경기도 경찰국 형사과에 지문계를 설치하고, 35년 4월 경기도 경찰부 형사과에 법의(法醫) 이화학실 및 형사사진실을 신설했다. 46년 4월에는 경무부 수사국에 감식과를 설치해 지문사무를 관장했다. 이후 경기도 경찰부의 법의 이화학실과 형사사진실을 통합해 별도의 법의학실험소를 설치했다. 48년 11월 경무부 수사국 감식과와 법의학실험소를 통합해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를 설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건 1955년 3월. 지문감식 사무는 치안국 수사지도과 감식계로, 법의 및 이화학적 감식사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업무를 분리했다. 1992년 5월부터 경찰청에 운영을 맡겼다.

세계적 수준 입증한 과학 수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DNA분석센터에서 LMG시약을 이용해 혈흔 유무를 최종 확인 중이다. 청록색으로 변하면 혈흔 확정. [중앙포토]
국과수의 주요 감정활동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사체 부검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법의학 부문과 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을 분석하는 법과학 부문이다.

법의학부의 유전자 분석력은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을 통해 입증됐다. 2006년 7월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씨가 자신의 집 냉동고에서 두 갓난아기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국과수는 감정을 의뢰 받은 지 6일 만에 DNA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죽은 아기들의 아버지가 쿠르조씨임을 밝혔다. 이어 8월 7일에는 쿠르조씨의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씨가 아기들의 엄마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하지만 쿠르조씨 부부는 범행을 부인했다. 프랑스 수사 당국도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0월 10일, 프랑스 측 DNA 시료 분석 결과 쿠르조씨 부부가 죽은 아기들의 부모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했다. 국과수의 DNA 분석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이 확인된 것이다. 베로니크 쿠르조씨는 재판에 회부됐고, 지난해 6월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다.

국과수의 감정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국과수 측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참사에서도 과학수사를 통해 자국민을 모두 확인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모발에서 마약류를 검출하는 기술은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이 뒤따라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법과학연구소에서도 우리나라 법의학, 유전자분석, 영상분석 분야와 상호 협력을 제안하고 있을 정도다.

강호순·남대문 방화 사건 해결에도 결정적 기여

DNA 분석 기술은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범행을 확인하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강은 처음에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 외에 다른 범행 사실은 털어놓지 않았다. “증거를 가져와라, 그러면 자백하겠다”고 버텼다. 국과수는 강의 옷에서 발견된 10억 분의 1g의 혈흔을 분석했다. 혈흔은 실종된 주부 김모(48)씨의 DNA와 일치했고, 이 증거를 들이대자 강은 모든 범행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법과학부의 미세 증거물 분석 기술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사건이 해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방화사건의 경우에도 피의자 신발에 묻은 적은 양의 염료가 핵심 증거가 됐다. 경찰은 방화범으로 지목된 채모(72)씨를 검거하면서 집에 있던 시너와 옷가지 등을 압수해 국과수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 채씨의 왼쪽 신발 앞부분에 묻은 염료가 숭례문 기둥에 칠한 염료와 같은 성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2008년 4월 27일,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량에서 의사인 김모(50)씨와 골프의류판매업자인 박모(49)씨가 특별한 외상 없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들어갔다. 국과수 약독물과의 분석 결과 두 사람의 혈액에서 복어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다. 경찰은 약물중독에 의한 사고사로 잠정 결론을 지었다.

국과수의 각 부서는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체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나면, 교통공학과에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법의학과에서 시신을 부검하며, 부검 시 나온 약물의 성분은 약독물과에서 감정하는 식이다. 하나의 감정서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경우 팀이 따로 꾸려지기도 한다.

국과수 사람이 되려면

국과수에는 전국 284명의 직원이 있다. 그중 소장·연구직·법의관 등 204여 명이 감정 업무를 하며, 공중보건의와 경찰청 파견 직원 등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은 결원이 생길 경우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뽑는다. 법의학·법과학 분야 전문 지식과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의사 면허 소지자를 부검의로, 약학·생명공학·물리학·전자공학 등 학위를 지닌 사람을 연구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 감정인은 반드시 석사 이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본인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건에 대한 감식은 할 수 없다. 드라마 등을 통해 국과수가 잘 알려진 뒤 지원 경쟁률이 높아졌다. 의사·약사를 제외하면 50∼60대 1 정도 수준이다.

한국 과학수사,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국과수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데에는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국과수와 CSI는 다른 점이 많다. 이상기 법과학부 주무과장은 “CSI는 수사권이 있지만 국과수는 없다”면서 “CSI는 현장 감식 위주고 국과수는 그 증거를 감정하는 업무 위주”라고 말했다. CSI와의 비교에서 알 수 있듯 과학수사는 사건 현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국과수의 업무는 현장성이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살펴본 뒤 부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이 모든 걸 결정한 뒤, 국과수에 시신 검증만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부검을 해도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 많다고 한다. 정희선 소장은 “사건 현장 조사에서부터 감정까지 원스톱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법과학대학원에서 과학수사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국과수, 대검찰청 등으로 한정돼 있어 대학에 관련 전공이 없다. 전국에서 국과수의 감정을 활용하는 경찰서가 240개가 넘지만, 국과수의 분야별 감정 인력은 많아야 30명 수준에 불과하다. 석·박사급 학위가 있더라도 국과수에 들어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고급 인력이 허드렛일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서중석 법의학부장은 “국과수에서 관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정부가 인가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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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