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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리콜 경위 폭로…도요타자동차 사태 정치·외교 문제로 번져

도요타 미국 법인의 한 서비스 매니저가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달리시티의 도요타 대리점에서 리콜 대상인 가속 페달(오른쪽)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속 페달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달리시티 로이터=뉴시스]
창업주의 증손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나서서 사과했다. 결함 부품의 교체를 위해 24시간 서비스센터 문을 열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2일 도요타자동차 주가가 단번에 4.5% 올랐다. 그렇게 사태는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고비를 넘는 듯했던 도요타를 벼랑 끝으로 다시 내몬 것은 미국 정부다. 정부가 나서자, 도요타 리콜은 자동차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이자 외교 문제가 돼 버렸다.



미국 정부는 도요타가 가장 걱정하는 신뢰 문제를 건드렸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의 얘기는 폭로에 가깝다. 도요타에 안전문제에 대한 경고를 했는데, 도요타가 무시했다는 것이다. 일본 본사에까지 가서 설득한 뒤에야 겨우 도요타가 리콜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지 않았으면 리콜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도요타는 ‘양치기 소년’으로 몰리게 됐다. 도요타는 그동안 “리콜은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밝혀 왔다. 도요타 미국법인은 러후드 장관의 발언 후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하라는 러후드 장관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의 충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미국 정부가 도요타에 제재금을 물린다는 게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초강수 비판은 소비자들의 들끓는 여론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렉서스를 몰고 가던 미국인이 “제동이 되지 않는다”며 긴급 구조요청을 하다 사고가 나는 상황이 담긴 음성파일은 반(反)도요타 감정에 불을 붙였다. 이 사고로 일가족이 숨졌다. 게다가 피해자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이었다. 운전에 관한 한 전문가조차 꼼짝 못하고 사고를 당할 지경이라면 일반 운전자는 어떻겠느냐는 공포감이 소비자들에게 확산됐다.



요즘 미국 정부는 어느 때보다 여론에 민감하다.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패한 후 더 그렇다. 은행 규제안의 바탕에도 포퓰리즘이 배어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경영난으로 대량 실직을 한 미국 자동차노조는 비용절감을 위해 공장 문을 닫으려는 도요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태세다.



일본 정부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도요타 문제는 이미 외교 차원으로 비화하고 있다. 요즘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9월 출범함 민주당 정권이 ‘대등 외교’를 내세우면서다. 미군기지 재편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중국과의 거리는 좁히고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3일 ‘정말 안전문제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거국적 대응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도요타의 급가속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과거 10년간 2000건이 넘는데 갑자기 문제를 확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게다가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도요타의 조치는 적절하고, 미국 법에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면피용 공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나오는 이유다.







결함의 원인 문제는 경제적으로 파괴력이 큰 사안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 이상의 리콜이 실시됐지만, 단순 부품 문제라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면 도요타 자동차 전체에 대한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속페달 부품을 쓴 것은 2005년부터인데, 관련 사고는 1999년부터 보고됐다. 이 때문에 조사의 초점이 전자시스템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또 같은 부품업체에서 가속페달을 납품받은 다른 자동차 회사에선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의문이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도요타는 ‘결함만 고치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차’와 ‘불안해서 도저히 탈 수 없는 차’ 사이에 서 있게 된다. 반사이익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아무래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나누게 된다.



김영훈 기자, 뉴욕·도쿄=정경민·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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