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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수 1200억 … 법성포 흥청”

법성포의 굴비 상점에서 여성들이 조기를 엮고 있다. 엮인 조기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 바람을 쐬어 건조한 뒤 전국으로 출하된다. [법성포=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오후 4시쯤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있는 ‘을상굴비’.



대목 준비 바쁜 영광 굴비마을

콘크리트 상점 바닥에는 냉동고에서 꺼내 해동시킨 조기들이 쌓여 있다. 옆에서 50대 주부부터 70대 초반의 할머니까지 여섯 명이 한 마리씩 조기를 집어 지푸라기로 맨 다음 비닐 끈을 덧대 맨다. 비닐 끈으로만 매면 바람이 통하지 않아 상하기 때문에 그사이에 지푸라기를 넣는다고 한다. 한 두름(열 마리씩 두 줄)을 엮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인다. 주인 김행수(58)씨는 “두름당 400~500원씩, 엮은 수만큼 돈을 계산해준다”고 말했다.



영광굴비의 연 매출액은 3500억원 정도. 설·추석 때와 평소에 3분의 1씩 팔려나간다. 설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광굴비의 본고장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가 분주하다. 3~10명씩 팀을 이뤄 굴비 상점을 돌며 작업하는 여성들도 이때가 대목이다. 굴비를 엮는 여성은 법성포에만도 200명이 넘고, 영광군 전체로는 300명에 이른다. 영광군의 굴비 상회는 법성포 430여 곳을 비롯해 600곳을 헤아린다.



영광의 굴비 상점들은 제주도·추자도와 흑산도 부근 바다에서 잡힌 조기를 구입해 급냉동해 보관한다. 그리고 상온에서 1~3일 동안 둬 해동한 뒤 크기에 따라 선별한다. 이를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10마리 또는 20마리씩 엮어 1~2일간 바람을 쐬어 전국의 시장에 출하한다.



“4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일감이 많은 날은 새벽부터 밤까지 네댓 집을 돌며 각자 600두름 이상 엮죠. 한 달 전부터 일이 몰렸는데, 설 사나흘 전까지 일감이 이어질 거예요.”



15년째 조기를 엮는다는 유계님(62)씨의 이야기다. 두름당 400원씩 계산하면 수입이 하루 24만원을 넘는다. 함께 작업하던 서금순(72)씨는 “나 같은 노인이 어딜 가서 뭘 한들, 법성포에서처럼 큰돈을 만질 수 있겠느냐”며 거들었다. 값이 비싼 상품 굴비는 굵은 것 10마리씩 엮고도 작은 것 20마리를 엮을 때와 같은 삯을 받는다. 큰 것만 골라 끈이 몸체 중앙에 오도록 엮는 등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젊은 여성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성양선(26)씨는 “2년째인데, 명절 대목이 아닌 평소에도 하루 몇 시간씩 일하고 월 130만~150만원을 번다”고 자랑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조기 엮는 일로 아들·딸을 대학까지 가르치고 집을 장만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이기선(74) ‘남양굴비’ 사장이 귀띔한다. 하루에 1만 마리 안팎의 조기를 만지는 전문가들은 국산과 중국산을 구별할 수 있을까. 김금옥(48)씨는 “조기만 봐서는 분간을 못 한다. 그러나 작업할 때 국산은 고소한 냄새가 나는 반면 중국산은 비린내가 풍긴다”고 답했다.



작업할 때 주의할 점은 한 마리라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손님들이 물건을 받은 다음 마리 수가 많을 때는 아무 말이 없지만, 한 마리라도 부족할 경우 항의하기 때문이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앞으로 엮기 자격증제도를 도입하고, 빨리 예쁘게 엮는 명인(名人) 선발대회를 여는가 하면 굴비 생산 이력에 엮은 사람의 이름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법성포=이해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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