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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는 일본 ‘품질 신화’ <상> 해외 생산 늘리면서 기술·품질 관리 허점

1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오렘에 있는 한 도요타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정비공들이 승용차를 수리하고 있다. [블룸버그]
도쿄 신주쿠(新宿)에 살고 있는 40대 회사원 가와모토 도오루(川本撤)는 지난해 여름 구입한 일본제 노트북 컴퓨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꼴로 홍역을 치른다. 툭하면 고장이 나 저장된 사진과 문서를 날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5만~6만 엔까지 떨어진 저가 노트북을 샀던 게 실수였다.



이런 가격은 해외에서 최저 사양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본 메이커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제조 지역은 물론 중국이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은 품질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진다. 고성능의 고가 제품을 주로 만들어오던 일본 기업들로선 해외 공장의 품질 관리를 일본에서처럼 엄격히 할 수가 없다. 뒤탈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도 똑같은 배경에서 일어났다. 도요타는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전 사장 시절 제너럴 모터스(GM)를 제치기 위해 글로벌 생산 체제를 급속도로 확대했다. 2007년에는 생산 규모에서, 2008년에는 판매 대수에서 GM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하지만 현지 기술자들에 대한 관리는 역부족이었다.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 게이오대 교수는 도요타의 리콜을 “비용 삭감을 위해 부품의 공통화가 진행되면서 결함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나름대로 대비는 해왔다. 해외생산 거점에 본사 기술자를 보내 지도하고, 본사로 현지 기술자들을 불러들여 표준화된 기술을 가르치는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그러나 2006년 700만 대 안팎을 생산하던 도요타가 1000만 대 생산 체제로 확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품질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 일본인들도 부정하진 않는다. 도요타의 품질보증 담당인 사사키 신이치(佐佐木眞一) 부사장은 2일 일본 나고야 본사에서 “세계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14% 하락했다.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로 2일엔 전날보다 주가가 4.5% 올랐지만, 그새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엔(약 19조원)이나 증발했다.



벨기에에선 7만 대가 추가되는 등 이미 1000만 대를 넘어선 리콜도 확산되고 있다. 도요타는 비상금으로 쌓아둔 5000억 엔(약 6조5000억원)의 충당금 가운데 최대 2000억 엔을 투입해 사태를 수습한다는 방침이지만 손실 확대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전했다.



혼다의 자동차도 해외에서 탈이 났다. 창문에 빗물이 스며들자 65만여 대가 리콜됐다. 일본 차의 불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2000년 차량 결함을 감추다 들통나 대량 리콜을 실시했다. 이미지가 나빠진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PSA)에 경영권을 넘기는 쪽으로 교섭을 벌이고 있다.



전자제품에도 불량품이 속출하고 있다. 샤프는 지난달 26일 냉장고 문이 떨어져 소비자 4명이 골절 등 중경상을 입었다며 97만 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샤프는 “잘 사용하면 떨어질 리 없지만 안전을 위해 강도가 높은 부품으로 교환한다”고 밝혔다. 리콜은 하겠지만 품질 결함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1980년대 세계 1등에 올라섰던 소니도 2006년 10월 노트북에 들어간 것을 포함해 약 800만 개의 배터리를 국내외에서 리콜했다. 무결점 품질을 자랑해오던 소니가 배터리의 결함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처럼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술에 대한 과신이 대량 리콜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이미 2007년부터 있었고, 샤프 냉장고의 결함도 2006년부터 발생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자부심이 소비자 불만을 외면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기술과 품질에 대한 관리에 실패해 결국 뒤늦은 리콜로 사태를 키웠다.



한편 일본 회사들은 수리 요청에 대한 반응도 늦다. 신청을 하면 며칠이 걸린다. 관료적 절차 탓도 있지만,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의 과실로 보려는 분위기도 적잖은 원인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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